한 권 사회경제부 차장대우

노블레스 오블리주(Noblesse oblige). 프랑스어로 '명예(Noblesse)만큼 의무(Oblige)를 다해야 한다'는 뜻으로 사회 지도층에게 요구되는 높은 수준의 도덕적 의무를 말한다. 초기 로마시대에 왕과 귀족들이 보여 준 투철한 도덕의식과 솔선수범하는 공공정신에서 비롯됐다.

초기 로마 사회에서는 사회 고위층의 공공봉사와 기부·헌납 등의 전통이 강했다. 이같은 행위는 의무이자 명예로 인식돼 자발적이고 경쟁적으로 이뤄졌으며, 귀족 등 고위층이 전쟁에 참여하는 전통은 더욱 확고했다. 로마 건국 이후 500년 동안 원로원에서 귀족이 차지하는 비중이 15분의 1로 줄어든 것도 계속되는 전투에서 귀족들이 많이 희생됐기 때문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근대와 현대에 이르러서도 이러한 도덕의식은 계층간 대립을 해결할 수 있는 최고의 수단으로 여겨지고 있다.

유명한 일화도 있다. 제1차 세계대전과 제2차 세계대전에서는 영국의 고위층 자제가 다니던 이튼칼리지 출신 중 2000여명이 전사했고, 포클랜드전쟁 때는 영국 여왕의 둘째아들 앤드루가 전투헬기 조종사로 참전했다. 6·25전쟁 때도 미군 장성의 아들이 142명이나 참전해 35명이 목숨을 잃거나 부상을 입었다. 당시 미8군 사령관 밴플리트의 아들은 야간폭격 임무수행 중 전사했고, 대통령 드와이트 아이젠하워의 아들도 육군 소령으로 참전했다. 중국 지도자 마오쩌둥이 6·25전쟁에 참전한 아들의 전사 소식을 듣고 시신 수습을 포기하도록 지시했다.

연말연시 주위의 어려운 이웃에 온정을 전하는 분위기가 고조되는 시기를 앞둬 자주 거론되는 말중 하나가 노블레스 오블리주다. 사회복지공동모금회의 고액 기부자 모임인 '아너 소사이어티'(Honor Society)와 대한적십자사의 '레드크로스아너스클럽'(Red Cross Honors Club)이 대표적 사례로, 제주에서도 이달 4일 현재 아너 소사이어티 75명, 레드크로스아너스클럽 4명이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실천했다.

사회 지도층의 고액기부만이 아니라 개개인의 소액 기부 또한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실천하는 길이다. 추워지는 겨울 크고 작은 나눔이 모여 거리에 울리는 구세군 자선냄비의 종소리를 희망으로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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