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군가산전 문제가 사회적으로 큰 이슈가 되었다.국민이 지켜야 할 의무 중에 병역의무만큼 할 말이 많은 것도 없을 것이다.그것은 ‘신체건강하고 젊은 남자’만 그 의무를 진다는 것에서 시작된다.

전 국민이 공평하게 부담하는 것이 아니라 일부만이 그 의무를 지는데,그 일부에게는 일방적인 희생만 있고 그 희생에 대한 보상이 거의 없다는 것이 문제이다.그러니 돈이나 권력을 이용하여 병역의 의무를 기피하는 일들이 생기고,어떻게 해서든 신체건강하지 않은 사람이 되기 위해 노력하게 되었다.

시오노 나나미의 「로마인이야기」라는 책에는 로마인들의 군사제도에 대해 나온다.그들의 군대는 로마 시민만으로 구성되는데,16세에서 40세까지의 남자들은 현역으로,60세까지는 예비역으로 직접세를 대신하여 병역의 의무를 수행하였다.그 대신 사유재산을 소유할 수 있고,선거권과 피선거권 등 국정에 참여할 수 있는 권리와 법률에 의한 신분보장을 받았다.전쟁에서 이겼을 때는 엄청난 포상금을 받거나 땅을 분배받기도 했고,군에서의 실적이 입신양명의 중요한 발판이 되었기에 그들은 병역의 의무를 명예롭게 생각하였다.

우리나라에서 병역의 의무를 수행하는 사람들은 자신이 있고 싶지 않은 곳에서 생활해야 하고,하기 싫은 일도 강제로 해야 한다.또 경직된 인간관계 속에서 겪어야 하는 인간적 모멸감도 감수해야 한다.무엇보다 한창 경제활동을 해야 할 나이에 군에 복무함으로써 입어야 하는 경제적 손실은 엄청나다.

이런 상황에서 이들이 그나마 자부심을 갖고 병역의 의무를 수행하는 데는 몇가지 전제가 필요한 것 같다.첫째는 병무행정이 투명해야 한다.힘 있고 돈 있는 자들은 면제가 되고,힘 없고 돈 없는 서민들만 부담하는 의무라면 그 의무를 누가 성실히 수행하겠는가? 유난히 신체건강하지 못한 아들들을 많이 가진 우리의 정치가들과 기업가들을 보면서,우리는 병역의 의무를 다하는 것에 대해 자긍심을 가질 수 없다.

두번째는 군복무를 마친 사람들을 존중해야 한다.우리가 공동으로 부담해야 할 의무를 수행한 사람들에 대해 감사의 마음을 가져야 하지 않을까? 우리 사회가 아직 돈을 많이 번 사람을 존경하지는 않지만,정당하게 많은 돈을 벌어서 세금을 많이 내는 사람이 존경을 받아야 하는 것처럼 군복무를 충실히 마친 사람들을 존중하고 인정해 주는 사회적 분위기가 조성되어야 한다.

세번째는 군복무 기간동안 자부심을 느끼면서 복무할 수 있도록 제도적으로 자상한 배려가 있어야 한다.월급도 가능한 범위 내에서 많이 주고 주거환경도 인간답게 개선하자.인간관계가 더 유연해지도록 하는 노력도 필요하다.또 이들은 질병에 더 노출되어 있다.집단생활을 통해 전염병에 걸릴 확률도 높고 신체의 과다한 사용으로 외상 위혐도 높다.그리고 군 의료시설의 한계로 치아우식증(충치) 같은 질환은 방치되어 버린다.그결과 군 복무동안 시간과 돈 뿐 아니라 건강까지도 손상받을 수 있으므로 이에 대한 관심과 노력이 필요할 것이다.

그런데 직업군인이 아닌 일반 장병들은 전국민의료보험의 혜택을 받지 못한다.의료보험법과 국민의료보험법에 의해 현역으로 군에 복무중일 때에는 요양급여가 정지되기 때문이다.그 군인의 가족들은 의료보험료를 꼬박꼬박 내고 있지만,그 군인은 군에서도 충분한 진료를 받지 못하고,휴가 나왔을 때 일반 의료기관을 이용하려해도 의료보험 적용이 안되는 불이익을 받고 있다.제도적으로 보상을 해줘도 시원치 않은데 남들 다 받는 전국민의료보험혜택도 못 받게 하는 것은 지나친 것이 아닐까? 군인도 국민이다.현역군인도 의료보험 혜택을 받게 하자.〈장은식·치과 원장〉<<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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