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지예 제주시 종합민원실

4주간의 신규 임용자 교육을 마치고 발령 난 곳은 제주시청 종합민원실이다. 임용의 기쁨을 채 누릴 새도 없이, 임용된 날부터 실제 업무가 시작되었다. 내가 맡은 업무는 크게 주민등록 및 인감 업무, 무인민원발급기 총괄관리, 행정사 업무이다. 내려온 공문을 처리하는 일이나 각종 문의 전화에 대답하는 일은 아직 버겁지만, 정신적으로 힘들었던 것은 민원인을 상대할 때였다. 

어느 날 행정사 자격증을 재발급하길 원하시는 민원인이 시청을 방문하셨다. 한눈에 봐도 급한 사정이 있으시다는 걸 짐작할 수 있었다. 재발급 신청서가 도청, 행정안전부를 거쳐 다시 민원실에 도착하기까지 2주정도 소요되지만, 그렇게 되면 민원인께서 자격증이 꼭 필요한 날까지 받을 수 없으므로 10일정도면 될 것 같다고 말씀드렸고, 민원인은 부탁의 말을 전하시곤 돌아가셨다.

재발급신청서를 보낸 지 딱 10일째 되던 날, 그 분에게서 전화가 걸려왔다. 자격증이 아직도 도착하지 않았냐고 언성을 높이셨고, 나는 당황한 나머지 변명을 늘어놓기 급했다. 그 후 겨우겨우 자격증이 필요하신 날에 자격증을 드릴 수 있었지만, 드리면서도 마음이 좋지 않았다. 내 말만 믿고 자격증이 도착하길 기다리는 동안 안절부절 못하셨을 민원인을 생각하니 너무나도 죄송했다. 민원인의 처지를 헤아려 문서를 보낸 뒤에도 계속해서 진행상황을 확인하는 노력을 보였어야 했다. 

처음으로 공무원증을 목에 걸게 된 순간을 기억한다. 비로소 공무원이 된 것을 실감함과 동시에 어깨에는 알 수 없는 무게가 느껴졌다. 그 무게는 청렴을 지키는 것, 업무를 신속·정확하게 처리하는 것은 물론, 민원인 한분 한분의 마음을 헤아릴 줄 알아야 하는 책임감의 무게가 아니었을까하고 생각해 본다. 그 무게를 잊지 않고 시민들을 위해 묵묵히 공직 생활에 임하는 내가 될 수 있도록 노력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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