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용행 성산일출봉농협 조합장

농민의 속을 새까맣게 태우는'풍년의 역설'을 어김없이 2017년산 제주 월동무에도 재현되고 있다.

2017년산 제주 월동무 재배면적은 4,874ha로 작년 4,062ha 보다 800ha가 늘었고, 또한 올해는 태풍 등 기상재해도 없었고 무가 자라기에 좋은 환경이 조성되어 무 작황이 좋아 생산량도 작년 생산량 23만 9,269톤 보다 45% 증가한 34만 6천 50톤에 달할 것으로 전망이 되고 있다. 
그래서 제주특별자치도와 농협, 월동무생산자협의회에서는 관계당국에 제주 월동무 수급안정 대책을 꾸준히 요청해 왔고, 그 결과 지난 11월 21일 정부에서는 총 700ha 월동무 시장격리 조치 수급안정 대책을 발표했다. 

그 내용을 보면 1단계로 11월 하순까지 정부에서 월동무 조기 출하량 시장격리 70ha, 2단계로 12월 하순까지 사전적 수급 대응 차원의 제주특별자치도와 농협 자체 시장격리 230ha, 3단계로는 2단계와 더불어 12월 하순까지 정부의 생산안정제 사업으로 추가 시장격리 400ha 등 총 700ha를 총 예산 7,941백만원을 투입하여 선제적 시장격리 조치를 하기로 하였다.

이렇게 농산물을 시장격리하는 데는 적지 않은 예산과 노력이 들어 세간에서 간혹 농민을 농사만 지어 놓고 안 되면 정부에만 그 책임을 떠민다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이는 잘못된 생각이다. 

농산물의 가격 안정은 농가에게는 최소한의 생산원가 보장으로 내년에도 계속 농사를 지을 수 있도록 하여 안심하게 먹을 수 있는 질 좋은 국산 농산물을 국민들에게 지속적으로 공급 국민건강 지킴이 역할을 하여 서로 이익이 되도록 하기 위해서이다.

'풍년의 역설'을 해결하기 위한 방법으로 2017년산 제주 월동무에 시장 격리하는 단방약을 썼지만 앞으로는 어떻게 할 것인가가 문제이다. 매번 생산과잉이 될 때마다 많은 예산과 노력을 쏟아 부어야 하는지 생각해 봐야 할 일이다. 

우선 이렇게 된 데에는 어떤 작물이 좋다고 하면 대박을 노리고 너도 나도 파종하는 농가의 투기 심리를 빼놓을 수 없다. 누가 무슨 작물을 길러서 크게 이득을 보았다면 너도나도 따라 짓는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농사는 투기'라느니 '다른 지역에 흉년이 들고 우리지역만 풍년이 들어야 진짜 풍년'이라는 말까지 나온다. 그야 말로 농부의 역설(Farmer's Paradox)이다. 

그래서 무엇보다 우선적으로 농산물 수급 조절능력을 향상시킬 필요가 있다. 대박을 노리고 파종하는 투기의 거품을 걷어 내는 일이다. 농가의 투기 심리로 재배 면적이 크게 증가하는 것을 적정하게 조절하고 동일 면적이라도 날씨에 따라 작황과 생산량이 달라지지 않도록 만전을 기해야 한다. 

또한 후진적인 농산물 유통 시스템을 개혁해야 한다. 

이렇게 하려면 무엇보다 농협이 제 역할을 해야 한다. 직원 교육을 통하여 농협의 판매 유통 역량을 키워야 하고, 또한 생산농가 유통 역량도 교육을 통하여 높여서 산지조직화를 통한 유통을 하여야 한다. 

그리고 정보통신기술(ICT)을 이용한 과학영농을 생각해 볼 수 있다. 
매번 감귤과 월동채소 등의'풍년의 역설'에 곤혹을 치르는 제주특별자치도도 마찬가지다. 치밀한 과학영농으로 농심을 멍들게 하는 '풍년의 역설'이란 망령을 떨쳐 버려야 한다. 

철저한 데이터(빅데이터) 수집으로 기후변화와 농산물 재배면적의 예측에 활용하고 농산물 유통 정보화를 추진하고 생산량에 따른 가격변동에 수요가 영향을 미치도록 하는 방법이다. 물론 이렇게 하는 데는 적지 않은 예산과 노력이 들겠지만 농산물의 가격 안정은 농가는 물론 일반 소비자에게도 이익이 된다는 점을 감안 할 때 정부와 지자체 차원에서 심각하게 고민해야 할 일이다. 

다윈의 진화론에서 주장하였듯이 크고 힘센 종이 생존하지 않고 주위 환경에 잘 적응한 종만이 생존한다고 하였다. 이처럼 '우리도 변해야 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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