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하나 정치부차장 대우

독서망양, 책을 읽다가 양을 잃었다는 말로, 다른 일에 정신을 팔다가 중요한 일을 소홀히 한다는 뜻이다.

장자(莊子) 변무편(騈拇篇)에는 다음과 같은 내용이 있다. 사내종과 계집종이 함께 양을 지키고 있다가 둘 다 그만 양을 놓치고 말았다. 어찌된 일이냐는 물음에 사내종은 죽간을 끼고 책을 읽고 있다가, 계집종은 주사위를 가지고 놀다가 양을 잃었다고 말했다. 이 두 사람이 한 일은 같지 않지만, 양을 잃었다는 결과는 똑같다는 뜻이다.

이는 종의 본분은 양을 돌보는 것 이지만, 좋은 일이든 나쁜 일이든 한눈을 팔다가 자기 본분을 잊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지난해 드러난 국정농단 사건으로 대한민국은 예정보다 일찍 새 정부를 맞았다. 때문에 지난 5월 치러진 조기대선에서 각 정당별 후보들은 상처받은 국민들에 '국민을 위한 정치', '국민을 위한 정부'를 약속하며 한 목소리를 냈다.

그러나 현 정부 출범 7개월 간 '국민을 위한 일꾼'이 되겠다던 여·야 정치권은 잠시 본분을 잊었다. 정부가 지난 9월1일 정기국회에 들어선 직후 예산안을 제출했음에도 불구하고, '2018년도 예산안'은 법정처리 시한인 12월2일까지 국회문턱을 넘지 못했다. 공무원 증원, 일자리안정자금 지원, 법인세 인상, 소득세 인상, 아동수당, 누리과정예산, 남북협력기금 등 이른바 '9개 분야 핵심 쟁점'을 놓고 여·야 간 이견을 보이면서다.

여·야 3당 원내대표는 예산안 법정 처리시한을 이틀 넘긴 지난 4일 장시간 협상 끝에 극적으로 합의안을 내놨다. 그리고 5일 문재인 정부 첫 예산안은 95일간의 예산 전쟁 끝에 국회 본회의 표결에 부쳐져 '지각 처리'라는 오점을 남긴 채 국회 문턱을 넘었다. 본회의 의결 과정 마저도 자유한국당 불참으로 난항을 겪었다.

다가오는 12월9일은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안이 가결된 지 1주년이다. 지난해 겨울 국민들은 꽁꽁 언 손으로 촛불을 들었다. 차가운 칼바람에 아려오는 손보다 쓰라린 건 국가로부터 상처받은 마음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희망의 촛불을 놓지 않았던 국민들의 마음을 조금이라도 헤아린다면 여·야 정치권은 더 이상 세력을 기반 한 불협화음 대신 협치를 통한 '국민을 위한 정치'에 경각심을 가져야한다.

특히 오는 12월19일은 당초 예정됐던 19대 대통령선거일이다. 국정농단으로 인한 조기대선이 아니었다면 지금쯤 각 정당에서는 '말뿐인 정치를 하지 않겠다' '국민을 위한 정치를 하겠다'며 수많은 공약과 함께 표심을 얻기 위한 유세에 나섰을 것이다. 새 정부 출범 7개월, 지금이야 말로 말뿐이 아닌 국민을 위한 정치를 보여줄 때 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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