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민 스토리 / 김종호 영농조합법인 제주동원 대표

축산업 40년…제주 육계산업 전반 관여
무항생제 닭고기 등 안전한 제품 공급 노력
순간 이익에 타협하지 않는 소신 지켜와

"최근 살충제 계란, 축산분뇨 무단 방류 등으로 축산업을 바라보는 도민들의 시선이 곱지 않다. 하지만 생산자나 기업이 소비자의 신뢰를 얻기 위해서는 안전한 먹거리 생산을 끊임없이 고민해야 한다."

축산으로만 40년. 김종호 영농조합법인 제주동원 대표(62)의 인생에서 '닭'은 빼놓을 수 없는 단어다. 김 대표는 현재 도내 26개 농가가 출자해 설립한 제주한라육계영농조합법인의 전문경영인도 겸하고 있다. 김 대표는 말하자면 부화, 도계, 가공, 유통 등 전반적인 제주 육계산업을 '기획'하는 연출자다.

영농조합법인 제주동원은 도내 최대 규모 닭고기 가공업체로 김 대표가 설립한 동원축산에서 시작됐다. 지난 2009년 영농조합법인 제주동원으로 전환했고 제주시 화북공업단지에 신축 공장을 짓고 입주했다. 제주동원은 지난 2008년 제품가공공장에 대한 HACCP(위해요소중점관리 기준) 인증을 받은 것을 비롯해 2010년에는 제주특별자치도 지정 농수축·특산물 공동상표인 'J마크' 상표를 획득했다. 또 무항생제 닭고기 제품만 공급받고 있는 제주동원은 올해 3월에 국내 최초로 NON-GMO 사료(유전자 변형이 없는 사료)를 사용해 기른 닭을 생산했다. 현재 학교급식과 호텔, 치킨체인, 음식점 등 도내 닭고기 공급 시장의 60% 이상을 점유하고 있다. 또한 도내에서는 유일하게 아이쿱생협에 매일 7000∼8000마리의 닭을 공급하고 있다.

생산자와 기업들의 자체적인 노력이 중요하다는 김 대표는 "소비자들은 친환경 인증을 믿고 제품을 구매하지만 그 역시 완전하지 않다. 얼마전 살충제 파동으로 적발된 양계농가 중 대다수가 친환경 인증을 받은 농가였다. 친환경 인증을 받았더라도 기업이 자체적으로 검사를 실시해 소비자에게 알리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또 김 대표는 청정 삼다수를 먹고 자란 친환경 닭고기, 타지역보다 생산성이 높은 제주 육계산업은 경쟁력이 있다고 내다봤다.

김 대표가 축산업의 길에 들어선 것은 우연이다. 김 대표는 스스로를 '자갈밭 인생'이라고 표현한다. 4·3의 광풍에 외가가 풍지박산 났고 일제시대 징용을 갔다 오신 아버지 역시 재기를 하지 못했다. 가정형편으로 학교도 마치지 못했고 연좌제의 사슬에 걸려 외항선원이 되려던 꿈도 접어야했다. 가족들을 먹여 살리기 위해 계란 유통 직매장의 운전원으로 취직한 것이 오늘에 이르게 됐다.

김 대표는 "남에게 지기 싫어하는 기질이 있었고, 먹고 살기 위해 안 해 본 일이 없다. 큰 돈을 벌 기회가 있었지만 타협하지 않았다. 기업이 돈만 벌려고 해서는 안된다. 주변에 피해를 주고 있지 않은지 돌아봐야 한다"고 말했다.

순간의 이익에 타협하지 않는 것, 소비자가 찾는 안전한 먹거리에 답해왔던 김 대표의 소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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