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주형 정치부 차장

호가호위(狐假虎威). 여우가 호랑이의 위세를 등에 업고 다른 약한 동물 위에 군림한다는 뜻의 고사성어다. 한번은 호랑이가 여우를 잡았다. 그러자 여우가 호랑이에게 "나는 천제의 명을 받고 내려온 사자다. 네가 나를 잡아먹으면 나를 백수의 왕으로 정하신 천제의 명을 어기는 것이다. 만약 내 말이 믿기지 않는다면 내가 앞장설 테니 내 뒤를 따라와 봐라. 나를 보고 달아나지 않는 짐승은 하나도 없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호랑이는 여우의 말을 듣고 여우의 뒤를 따라갔다. 그랬더니 여우의 말대로 만나는 짐승마다 모두 달아나기에 바빴다. 사실 짐승들을 달아나게 한 것은 여우 뒤에 따라오고 있던 호랑이였던 것을 호랑이는 몰랐다.

최근 원희룡 제주도지사 비서실장을 지냈던 현광식씨가 비서실장 재직 당시 친구 건설업자를 통해 민간인에게 2700여만원을 전달했고, 그 민간인은 공무원 블랙리스트-화이트리스트를 작성하는가 하면 언론사 간부 등을 사찰했다는 의혹이 보도됐다. 원희룡 지사는 당선 이후 보좌진 채용, 측근 인사 등 주변 인물과 관련한 사항 등이 꼬리표가 됐다. 취임 초기 '송일교'란 용어가 도민 사회에 회자됐고, 이후에는 '왕실장', '매머드급 보좌진' 등이란 단어가 이어졌다.

지난 2014년 6월 4일 치러진 제6회 전국동시지방선거에서 당시 원희룡 후보는 득표율 59.97%를 기록하며 민선 자치 시대 이후 최고 득표율로 제37대(민선 6기) 제주도지사에 당선됐다. 이는 민선자치시대 이후, 제주 사회를 분열시킨 각종 선거에 따른 줄서기·줄 세우기 폐해를 종식해달라는 유권자들의 변화와 혁신의 열망이 투표로 표출됐기 때문으로 분석됐다. 그러나 임기 후반으로 갈수록 도민 평가는 득표율에 미치지 못한다는 것이 중론이다.

중국 후한말 영제때 조정을 장악했던 환관을 지칭하는 '십상시'가 제국을 망하게 했다. 대한민국 첫 '탄핵 대통령'이란 불명예를 안은 박근혜 전 대통령의 몰락도 십상시로 불리는 주변 인물로부터 시작됐다는 것이 대다수 국민의 인식이다. 도민을 선거 때만 주인처럼 대하다가 자신의 지지자로만 여겨 도민 위에 군림하려는 정치인들이 제주도에는 없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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