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현 사회경제부장 대우

예로부터 농민들은 풍년을 기원했다. 농작물을 자식처럼 키워왔던 농부들에게 풍년은 한해에 있어 가장 간절한 소원중 하나다. 이 때문에 농민들은 풍년이 들면 "풍년이 왔네 풍년이 왔네. 금수강산에 풍년이 왔네. 지화자 좋다 얼씨구나 좋구 좋다. 명년 춘삼월에 화전놀이 가세." 가사의 풍년가를 부르며 큰 잔치를 벌이기도 했다. 

현대 농업은 자본주의가 도입되면서 빠르게 대형화가 됐고, 수요와 공급이라는 경제논리가 도입되면서 농민들에게 더 이상 풍년이 반갑지 않다. 농작물 풍년으로 생산량이 증가하면서 공급이 수요를 초과, 결국 가격이 폭락하는 현상인 '풍년의 역설'이 빈번하게 벌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올해 가을가뭄으로 육지부 천일염 생산량이 급증하면서 가격이 폭락해 초코파이보다 싸다는 이야기가 나올 정도다. 또한 겨울 제철 과일 중 하나인 대봉감은 올해 대풍년을 맞으면서 가격하락으로 수백톤이 산지폐기되고 있다. 

제주도 역시 대표적인 월동채소 작물인 겨울무와 당근이 생산량 증가로 인해 가격이 하락하고 있다. 올해 8~10월 사이에 태풍이나 폭우 등의 피해없이 지나감에 따라 제주지역 무와 당근 생산량이 크게 증가했다. 제주는 물론 다른 지역 무와 당근도 풍작을 이루면서 가격하락을 부추기는 등 '풍년의 역설'이 되고 있다. 이와 반대로 지난해의 경우 태풍 차바가 10월에 내습하면서 무와 당근 피해가 심했고, 생산량이 감소하면서 가격이 폭등하는 등 '흉년의 역설' 현상도 나오기도 했다.

결국 '풍년의 역설'을 막기 위해서는 농가와 행정, 생산자단체들이 합심해 사전에 생산량을 조절할 수 있는 체계를 마련해야 한다. 또한 적정 생산량 유도와 대체작물 개발 등 영농구조 개선을 위한 노력도 필요하다. 생산량 증가로 가격이 폭락할 때마다 산지폐기를 통해 가격을 올리는 임시처방식으로는 '풍년의 역설'을 막을 수 있다. '풍년의 역설' 등으로 제주의 생명 산업인 농업이 휘청거리지 않도록 근본적인 처방이 절실한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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