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석 조명철 6번째 에세이집 「헛소리」

'마음을 비우면 의기가 와서 살고, 마음이 실다우면 물욕이 들어오지 않는다'(채근담). 은석 조명철 선생이 여섯 번째 에세이집에서 쨍하고 세상을 흔든다. 「헛소리」라 이름 붙였지만 한 글자, 한 문장 의미 없는 것이 없다. '비움과 채움은 상반되니 것 같지만 서로 통한다'는 이치를 담은 까닭이다.

사실 여기서 '헛'은 아무것도 없어 믿을 수 없다는 사전적 해석 보다는 '욕심을 비워낸'의 의미에 가깝다.

'양면성'을 살핀 글이 유독 눈에 띄는 것도 이 때문인 듯싶다. "삶에 유용하지만 빛과 그늘을 안고 태어났으니 때로 욕을 먹는 것이 숙명인가 보다"('휴대폰에 죄를 묻다'중), "너희는 둘 다 자기가 본 것만 옳다는 독단적인 어리석음에 빠져 있는 거야"('해와 달의 대화' 중) "비하의 대상이었던 제주 흑돼지가 이제는 차별화된 귀한 토종 도새기로 종의 보존을 위해 특별 관리를 받고 있다. 때로 천하고 때로 귀하니 천함과 귀함이 다른 게 아님을 생각하게 한다"('제주 흑돼지의 명예회복'중) 글을 따라가다 보면 저절로 고개를 끄덕이고 있는 나와 만난다. 원로의 그늘은 그래서 깊고 시원하다. 은석 선생은 한국문인협회, 국제펜 한국본부 회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제주도문학상을 받았다. 열림문화. 1만5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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