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해군기지 건설과 관련해 강정마을 주민 등에 제기됐던 구상권이 철회됐다. 정부는 12일 이낙연 총리가 주재한 국무회의에서 강정마을 구상권 청구소송을 취소하는 법원의 강제조정안을 수용했다. 법원은 지난달 30일 "정부는 소를 모두 취하하고 해군기지 건설 과정에서 발생한 사안에 대해 상호간 민·형사상 청구를 일절 제기하지 않는다"는 강제조정 결정을 내리고 정부에 전달했다.

구상권 청구는 해군이 지난해 3월 강정주민 등 116명과 시민단체 5곳을 상대로 34억5000만원의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하면서 불거졌다. 이들의 반대로 공사가 지연돼 275억원의 손해를 입었다며 일부를 책임지라는 것이다. 하지만 지역주민들이 국책사업을 반대한다는 이유로 손해배상을 청구한 선례는 없었다. 결국 정부 정책의 반대 목소리를 막기 위한 '본보기 소송' 비판이 제기되면서 각계의 철회 요구가 잇따랐다. 국회의원 165명이 구상금 청구소송 철회를 결의하고, 제주도지사와 지역사회 87개 단체는 구상권 철회를 건의했다. 문재인 대통령도 대선 공약으로 내놓았다.

강정마을이 해군기지 입지로 결정된 후 주민들이 입은 상처는 너무도 크다. 정부가 국책사업을 앞세워 밀어붙이면서 입지 선정부터 첨예한 갈등을 불렀다. 주민들이 10년 넘게 해군기지 찬?반으로 나뉘어 대립하면서 마을공동체는 무너진지 오래다. 평화롭게 지내던 마을 주민들은 하루아침에 범법자가 되기도 했다. 기지 건설을 반대한 주민과 활동가 700여명이 연행되고, 사법처리도 480여건에 달한다. 개인과 마을회가 낸 벌금도 3억8000여만원에 이를 만큼 고통을 헤아리기 힘들다. 

강정 구상권 철회로 해군기지 갈등이 새 국면을 맞았지만 지금부터가 더 중요하다. 구상권 철회를 넘어 지난 10년의 반목과 대립을 치유하고 화합·상생의 단초가 돼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반대시위 주민들에 대한 특별사면을 비롯해 공동체 회복을 위한 정부의 해결 방안도 서둘러 내놓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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