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 지방재정은 도민들이 내는 세금으로 채워지기에 단 한푼이라도 허투루 써서는 안된다. 특히 내년에는 최근 몇년간 증가했던 부동산 거래가 급격히 감소하면서 지방재정 세입 둔화도 예상, 한정된 예산을 효율적으로 사용하는 세출의 책임성이 요구된다. 그럼에도 원희룡 도정이 편성한 내년도 예산안에 전형적인 예산낭비의 사례로 손꼽히는 축제 및 행사 경비가 대폭 증가, 지방선거를 겨냥한 선심성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도의회가 원 도정의 내년도 예산안을 분석한 결과 축제 등 각종 행사에 지출하겠다고 편성한 액수는 555억8000만원이다. 내년도 행사 예산은 올해 442억4900만원과 비교할 때 113억3000만원(25.6%) 늘었다. 내년도 행사예산 증가액은 주민들이 직접 지역에 필요한 주민참여예산 증가액 30억원보다 3배 많아 지방재정의 효율성과 책임성을 훼손한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물론 축제 등 행사가 부정적인 면만 갖고 있는 것은 아니다. 축제·행사는 지역을 홍보하는 한편 주민간 화합 도모 및 유대 강화의 긍적적인 측면을 갖고 있다. 하지만 내년 선거를 의식한 도지사가 주민에게 자신의 얼굴과 업적을 홍보하는 기회로 활용할 수 있고, 이런 소비성 행사에 너무 많은 비용을 쓴다는 것이 문제다. 특히 원 도정의 축제 등 행사 경비는 2016년 276억원에서 2017년 442억원, 2018년 555억원으로 매년 100억원씩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원 도정이 출범 첫해인 2014년말에 2015년 예산안을 편성하면서 도의회와 대립할 만큼 선심성·소모성 경비를 줄이겠다는 예산 개혁을 내걸었지만 용두사미로 그치는 것 같아 씁쓸하다. 재정자립도가 30%대에 머물만큼 제주도의 살림살이가 넉넉하지 않음에도 축제 등 행사예산을 과다하게 편성한 것은 재정운영의 책임성이 부족하다는 얘기다. 지방재정은 세입을 늘리는 것 못지 않게 효율적으로 사용하는 세출의 책임성이 중요하다.

저작권자 © 제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