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을 맞아 최근 일제히 출판된 문학계간지 봄호들이 여느 때보다 풍성하고 다양한 특집을 마련해 눈길을 끈다.

 먼저 테러 이후 한반도의 정세를 분석한 창작과 비평의 ‘테러 이후의 세계와 한반도’. 이번 특집은 테러 이후 그 폭력의 참혹함에 진저리를 쳤던 한국 사회가 아직도 테러의 여진이 채 떨치지 못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테러 이후 미국의 강경 외교와 90년대 이후 급격히 추락한 아르헨티나의 경제상황과 러시아의 현실을 함께 다루고 있다. 백낙청은 ‘한반도의 2002년’에서 부시 정부의 강성외교와 신냉전적 구도에도 불구하고 2002년 한반도의 정세를 낙관적으로 진단하고 있어 주목을 끈다. 그는 월드컵 개최로 한국의 브랜드 가치가 높아질 것이고 이를 계기로 한반도의 긴장이 완화될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문학과 사회는 9·11 테러와 지난해 한국사회에 일었던 조폭 신드롬을 폭력적 욕망의 틀로 분석한 ‘폭력의 문화사회학’을 특집으로 다루고 있다.

 ‘폭력의 문화사회학’은 조폭 영화들의 연이은 성공, 그리고 9·11 테러 이후 첨예하게 등장한 폭력의 정당성 문제를 진단하고 있다.

 폭력과 권력, 비폭력주의의 문제와 관련된 한나 아렌트, 프란츠 파농, 르네 지라르, 사르트르의 논의를 정리한 오생근의 ‘폭력에 대한 논의와 문학 속의 폭력’을 비롯, 우리 현대사의 폭력적 사건인 광주의 5월과 우리 시의 상관관계를 살펴본 김동원의 ‘폭력의 시대와 시의 대응’이 주목을 끌고 있다.

 이에 반해 실천문학은 김동인의 소설 ‘백마강’과 미당 시의 친일문제를 짚어보는 ‘친일문학에 대한 새로운 접근’을 다루고 있어 이채를 띤다.

 또 이번 봄호에서 창작과 비평과 세계의 문학 등 두 개 잡지에서 문학평론가 황종연씨의 평론집 ‘비루한 것의 카니발’이 제기한 90년대 문학의 해석에 대한 이견을 다루고 있는 것도 화제다.

 세계의 문학은 문학평론가 박성창의 ‘비평과 진실-과잉 해석된 모더니티와 1990년대 문학’을 통해 “황종연의 90년대 문학에 대한 옹호와 정당화가 과잉 해석된 모더니티의 자양분 역할을 하고 있다”는 문제를 제기했다.

 창작과 비평 역시 문학평론가 윤지관의 ‘놋쇠하늘에 맞서는 몇가지 방법’을 통해 90년대 문학에 대한 황종연씨의 분석을 비판하고 나섰다.

 새롭게 창간된 시 전문지 ‘시로 여는 세상’은 현업 시인 312명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를 실시, ‘수준 이하의 시인이 양산되고 있다’는 결과를 발표해 주목을 끈다.

 조사 결과 응답자의 60%가 각종 시 전문지를 통해 수준 이하의 시인이 양산되고 있으며 20%가 넘는 시인이 신인 배출을 문예지 운영의 수단으로 삼는 것이 불가피하다는 응답해 시단의 현실적 문제를 보여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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