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존 소설문법과는 다른 독특한 소설 세계를 보여주는 소설가 배수아·정영문의 신작 소설이 나란히 발간됐다.

 배수아의 소설 「이바나」는 “우리가 이바나, 하고 말하는 것은 집시, 라고 불리는 한 마리 개와, 그리고 나머지 분석되지 않은 체험을 의미한다.(…) 그리고 그것은 십 년쯤 된 자동차의 이름이었다”로 시작한다.

 ‘이바나’라는 낯선 이름과 함께 그의 소설 속에서 독자들은 ‘우리’라고 불리는 ‘나’와 ‘K’그리고 ‘나’의 부모의 친구였던 ‘Y’와 ‘B’와 ‘산나’라는 인물과 조우한다. 하지만 K와 B와 ‘우리’라는 인물을 안다는 것은 소설 속에서 큰 의미가 없다. 소설은 배수아가 그 지칭의 대상이 다를 수 있음을 암시한 ‘이바나’라는 어떤 것에 대한 이야기이며 그를 둘러싼 여행기이기 때문이다.

 ‘이바나’는 때론 고유명사이기도 하고 ‘우리’가 쓴 책이름이기도 하고 한때 ‘나’의 연인이었던 Y의 이름이기도 하다.

 단 하나의 이름 ‘이바나’이면서도 그 무엇이라도 될 수 있는 이 단어는 소설 속에서 대도시로 상징되는 체계의 시스템으로부터 끊임없이 벗어나고자 하는 욕망을 의미한다. 배수아 소설 특유의 낯섦과 몽환적 이미지가 새롭게 변주되고 있음을 볼 수 있다.

 정영문의 소설 「중얼거리다」 역시 독자들에게는 낯선 소설 읽기를 체험하게 한다. 전통적 희곡의 관행을 패러디 한 소설의 주인공은 늙고 병들고 정신마저 이상한 왕이다.

 소설은 줄곧 왕의 중얼거림을 늘어놓는다. 하지만 왕의 중얼거림은 단순한 혼잣말이 아니라 타인을 전제로 한 독백이다. 혼자 침대에 누워서도 독백을 계속하는 왕에게 침묵이란 오히려 특별한 것이다.

 화자의 내면 묘사 기능이라는 소설적 장치를 제거한 정영문의 소설 쓰기는 이처럼 고독한 내면의 인간을 끝없이 중얼거리는 수다쟁이로 만들어놓는다.

 소설은 늙고 병든 왕의 독백에서 출발, 광대의 등장으로 광대와의 대화가 진행되고 이어서 광대가 퇴장하고 다시 왕의 독백으로 들어가는 희곡적 특성을 보여주고 있다.

 소설 속에 등장하는 왕과 광대와 시종과 왕비는 현실의 그것들이 아니다. 왕은 전혀 위엄이 없고 광대도 웃기지 않으며 시종은 묻는 말에 대꾸도 하지 않는다.

 결국 정영문은 왕의 중얼거림은 주체적 의지가 결여된 단순한 소리에 불과하다고 마무리한다. 이처럼 현실적 존재의 의미를 뒤집는 그의 소설 쓰기는 낯설지만 거부할 수 없는 유혹으로 다가온다. 도서출판 이마고. 각 권 85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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