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 송영옥 작 '절규'

재일한국인 고 송영옥 화백 탄생 100주년 기념전
도립미술관 2월 25일까지…대표작 50여점 소개

핍박의 시대를 살다간 제주 출신 경계인 화가가 먼 걸음을 돌아 제주 땅을 밟고 섰다. 아픔은 여전하지만 아프다는 말은 하지 않는다. 삶 자체가 '근·현대사의 아픔과 상처'인 까닭에 그가 남긴 작품들은 흉터로 남았다.

첨예한 남북 이데올로기의 대립상황과 재일 한국인으로 겪어야 했던 차별과 멸시, 가난을 직설적으로 붓으로 풀어낸 고 송영옥 화백의 생애와 작품세계 날 선 섬 겨울바람을 탔다.

'광주시립미술관-제주도립미술관 하정웅컬렉션 송영옥 탄생 100주년'전이다. 지난 7월 6~9월 17일 광주시립미술관에서 소개했던 회화 50여점이 고스란히 제주에 왔다. 2013년 8개 시·도립미술관 순회전 이후 4년 만에 고향에 온 작품들은 시절이 바뀌고도 크게 달라지지 않은 현실에 대한 회한을 풀어낸다

제주에서 태어난 고 송 화백은 일제강점기 11살 나이에 아버지를 찾아 일본에 간 뒤 돌아오지 못했다. 궁핍했던 현실에 무너지는 대신 일관된 주제의식과 독창적 작품 세계로 자신의 영역을 만들어 재일한국인 1세대를 대표하는 예술가가 됐다. 일본 화단에서도 그 실력을 인정받았지만 정작 고국에서 그는 어디에도 속하지 못한 경계인으로 떠돌았다.

거침없어 보이는 터치와 거친 화면은 그런 환경과 현실 속에서 빚어지며 극한의 리얼리즘을 만들어냈다. 인간소외·인권유린 같은 실존적 고민에서부터 김대중 납치사건, 베트남전쟁, 히로시마 원폭문제, 5·18광주민주화운동 등을 거침없이 녹여낸 작품 세계는 작가 자신은 물론 우리 민족의 자화상으로 평가받고 있다. 전시는 내년 2월 25일까지 도립미술관 상설전시실에서 감상할 수 있다. 고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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