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찬국 충남대학교 교수·논설위원

지난 주 말 중국 청두(成都)에서 열리는 학회에 다녀왔다. 언제부터인가 큰 몸집을 일으켜 세우려는 이미지를 연상시키는 굴기라는 단어가 여러 분야에서 중국의 기세를 설명하는 말로 많이 쓰이고 있다. 실제 체류시간이 30시간도 안되게 방문하고 거대 담론을 펼치는 것은 민망한 일이기에 직접 보고 느낀 것을 정리해본다. 

판다 곰으로 유명세를 타는 중국 서남부 사천성(四川省)의 성도인 청두는 천만이 넘는 인구로 5대 도시에 속하며 아직도 발전하고 있다. 이런 기세에 힘입어 그곳 소재 대학들도 좋다고 한다. 우수한 전자공학분야 대학이 위치해 2000년 대 중반부터 미국의 대형 하이택 회사인 인텔이 진출해 있고, 전 세계 아이패드의 약 반 정도가 그 지역에서 만들어지고 있다고 한다. 그 외에도 제약, 금융 분야도 지역의 주요 산업이라고 한다.    

짧은 방문이었지만 중국 대학들의 경쟁력 향상을 위한 노력을 경험했다. 서남재경대학교의 금융학원은 한국식으로 하면 단과 대학인데 독자적으로 미국의 유명한 학교들과의 교류를 확대하고 있고, 또 국제적 학술지를 출간하는 학회와 공동으로 학술대회를 개최한 것이다. 안면이 있는 그 편집인은 청두 소재 대학들과 공동 학회를 시작한지 십년 가까이 되었으며 지원도 적극적이라고 했다. 

실제 교수와 학생들의 준비, 참여, 진행 모두 인상적이었다. 필자의 비행기가 자정이 다 되어 도착했는데 학생이 기다리고 있다가 예약해놓은 차로 숙소까지 데려다 주었다. 외국 참가자들을 위한 배려였다.  

참여한 세션과 같은 시간에 3개의 발표장에서 발표와 토론이 진행되었는데 각 방마다 TV 방송국 카메라를 연상시키는 장비를 설치하여 녹화하고 있었다. 학회에서 보기 힘든 장면이라 알아보니 나중에 학교의 학생들에게 참고자료로 제공하기 위해서 녹화를 하고 있다고 했다. 그 학교는 여러 경제·경영 과정을 운영하고 있어서 발표하는 다양한 논문과 토론을 관심 있는 학생들이 볼 수 있도록 준비하고 있다는 것이다. 

모든 세션이 영어로 진행되었고, 다양한 분야의 발표 논문들도 예비 심사를 거쳐 선발된 것이어서 저마다 흥미로운 자료 분석 내용을 담고 있었다. 그러니 학회에 참석하지 않았던 교수와 학생들도 프로그램을 참고해서 관심이 있는 논문을 찾아 실제 논문뿐만 아니라 저자의 발표와 토론자의 논평을 볼 수 있도록 하는 것은 매우 좋은 발상이다. 

특히 대학원 학생들에게는 다양한 분야의 교수들의 연구 결과를 접하는 것은 매우 유익한 학습 경험이 된다. 필자도 대학원 시절 매주 열리는 외부 대학 교수나 연구자들의 논문 발표에 참석하며 배운 바가 컸다. 학교 간 차이는 있으나 인력과 관심분야가 제한되기 때문에 한 학교에서 다양한 분야의 연구를 접하기 어렵다. 따라서 외부 발표자들의 세미나는 이를 극복할 수 있는 효과적인 방편이다. 

교수들의 연구를 장려하기 위한 정책도 꾸준하다고 한다. 필자의 학교에서 박사학위를 받고 연구 실적이 우수해 그 학교에서 교수로 재직 중인 젊은 교수는 연간 해야 하는 강의를 한 학기에 집중해서 모두 마치고 다른 학기에는 강의 없이 연구에만 몰두한다고 했다. 근래 연구보다 수업에 대한 강조가 대세인 대부분 국내 대학에서는 상상하기 어려운 일이다. 그 젊은 교수가 누리는 유연성이 학문분야에서의 중국 굴기의 밑거름이 될 것이다.  

유연성과 상충되는 듯 한 정보통제의 단면도 보았다. 필자는 민감한 호흡기 때문에 황사 철에는 대기오염 정보를 제공하는 에어코리아 웹 사이트를 하루에도 여러 번 방문한다. 청두에서 영어나 한국어로 된 현지의 공기 질 정보를 인터넷에서 찾으려 했는데 실패했다. 심지어 한국의 에어코리아 페이지도 들어갈 수 없었다. 정보를 감추는 것보다 오히려 실상을 알리는 것이 모두에게 대기 질 개선 정책의 중요성을 설득하는 데 더 도움이 되지 않을까하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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