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형준 제주스타트업협회 협회장

애플, 아마존, 구글, 페이스북, 넷플릭스, 세일즈포스닷컴 등 스타트업으로 시작한 수 많은 기업들이 혁신을 거듭하며 짧은시간 내에 글로벌 빅 컴퍼니(Big Company)로 성장하여 전 세계를 호령하고 있다. 

스타트업 육성은 실업청년들을 위한 단순유행이 아니라, 국가별 미래생존을 담보하기 위한 필수전략이 돼 버렸다. 요즈마펀드로 대표되는 이스라엘은 창업 이전 단계 스타트업에는 '트누파 프로그램', 그 이후에는 인큐베이팅 프로그램 '헤즈넥' 등의 지원책을, 금융의 중심지 영국 런던은 성장초기 단계 기업에 대한 투자 촉진을 위해 '초기 기업투자법(SEIS)'을 도입하여 초기 기업에 연간 투자금액 10만파운드 한도에서 소득세 50%를 감면해 준다.  

2010년에는 기술 기반의 창업기업 클러스터를 지원하기 위해 런던에 테크시티까지 조성하여 초기에는 100개 미만의 기업이 입주했지만 최근 입주 기업 수는 5000여개로 급증해 영국전체의 하이테크산업을 이끌고 있다. 

중국은 어떤가. 중국의 실리콘밸리라 불리는 '중관춘'은 이제는 세계적인 대기업이 된 알리바바, 레노버, 바이두, 샤오미, 텐센트 등 내노라하는 기업들을 키워냈다. 

사실 중관춘이 샤오미의 레이쥔과 알리바바의 잭 마를 키워낼 수 있었던 것은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 덕이 크다. 

중국 정부는 대학 졸업 후 창업할 경우 사무실 임대료와 법인세 감면, 대출 지원 등 경제적 지원을 해주고 있으며 기술 지원과 자문 등의 서비스도 제공한다.

한국은 어떤가. 다행히 문재인 정부는 향후 5년간 4차산업혁명에 선도적으로 대응해 혁신창업국가를 만들겠다는 청사진을 제시했다. 그리고 내년부터는 기술력을 갖춘 창업 기업을 선별해 집중 투자하는 '혁신모험펀드'를 새롭게 출범시킬 예정이다. 

정부가 3년간 3조원을 종잣돈으로 내놓고 벤처캐피털업체들이 민간 자금 7조원을 끌어와 총 10조원 규모의 투자 펀드를 만들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이렇게 정부와 민간이 함께 설립하는 벤처 투자 펀드는 지금까지도 '모태(母胎) 펀드' 형태로 운영해 왔으나 이번 '혁신모험펀드'의 신규 출범은 기존 '모태펀드'가 성공 가능성이 높은 벤처 기업 중심으로만 투자하면서 소홀했던 스타트업 생태계를 위한 실질적인 육성에 나선다고 하니 고무적인 뉴스가 아닐수 없다.

이제 우리나라 최대의 섬 제주도를 바라보자. 아직 '4차산업혁명'이란 키워드를 토대로 정책을 만들거나 예산을 편성하는 기조는 보이지 않는다. 안타깝게도 전 세계적인 흐름과 중앙정부의 따뜻한 기운이 여전히 제주도에는 흐르지 않는 것이다.

이에 지난 7월 전국 최초로 제주스타트업협회(Jeju StartUp Association, JSA)가 민간주도로 창립되어 제주도에 '4차산업혁명'의 붐을 일으키고 있다. 현재 180여개사의 기업이 모인 회원사들은  O2O 플랫폼으로 대변되는 테크기반의 기업뿐만이 아닌 제주만이 가진 차별화된 경쟁력인 문화/예술과 관광 그리고 농수축산업을 위시한 6차산업까지 제주형 '4차산업혁명'의 마중물이 되고자 한다.

다행히 지난 10년간 제주로 이주해 온 무려 10만에 달하는 젊은 이주민들은 본인들의 '스타트업'을 창업하여 제주형 4차산업혁명을 위해 뜨거운 열정을 쏟고 있다. 

이들은 스타트업의 불모지인 제주도에서 4차산업혁명도시로 성공하기 위해선 1)코워킹/코리빙 스페이스 2)모태펀드 조성 3)규제프리 샌드박스존(공유경제, 자율주행차, 핀테크 등)이 필수라고 입모아 말을 하고 있다. 

이제 제주도는 제주의 신성장엔진을 만들어갈 이 젊은리더들의 생생한 이야기를 귀담아 듣고 제주만의 아름다운 스타트업 생태계가 조성되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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