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녀공동체를 엿보다 17. '대상군'정통성 회복

제주 해녀문화의 정통성을 회복하고 이를 지속가능한 장치로 활용하기 위한 시도가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도두해녀회 61일 바다 가는 약속 지킬때 해녀 자격 부여
일본 미에현 도바시서 최근 10대 해녀 등장해 물질 눈길
제주해녀문화 정통성 회복·지속가능 장치 활용 시도해야

도두해녀회(회장 양순옥)에는 최근 2~3년 사이 30~40대 해녀 6명이 새로 들어왔다. 꼬박 1년을 기다려 해녀 자격을 얻은 이들은 아직 바다에 있다. 이중 한 두 명은 그새 50줄을 넘었다. 고령화 등의 이유로 바다를 떠난 이도 있다. 이들 사정은 일본도 비슷하다. 최근 한 방송뉴스에서 '일본에서 해녀와 장인 수가 계속해서 줄어들어 언젠가 전통적 직업이 사라질지 모른다는 안타까움을 전하기도 했다. 제주처럼 일본 내에서 해녀 수가 비교적 많은 미에현 도바시에서는 최근 10대 해녀가 등장해 눈길을 끌었다.

1년의 호흡이 만든 성과

도두해녀회 소속 해녀 수는 줄잡아 43명이나 된다. 이중 28~30명 정도가 현직으로 바다에 들어간다. '신인'이 비교적 많은 특징은 나름의 양성 프로그램 덕분에 가능했다.

도두해녀회는 해녀를 희망하는 사람들에게 가입 조건을 건다. 1년 중 61일은 반드시 바다에 갈 것. 이를 수행하지 못하면 해녀가 되는 기회는 사라지게 된다.

양순옥 해녀 회장은 "1년 61일의 약속만 지키면 별다른 제약이 없다"고 설명했다. 말이 좋아 61일이다. 물때에 맞춰야 하고 간혹 개인적인 볼일을 포기해야 하는 일도 적잖다. 금채기 등을 피하고 나면 중요한 작업은 겨울에 이뤄진다.

다행히 이 조건을 지키면 다음은 가입을 위한 재산권 분배 기준을 들을 수 있다. 양 해녀회장은 "조건을 갖춘다고 해서 다 해녀가 되는 것은 아니"라며 "1년 정도 현직 해녀들과 작업을 하며 바다를 배우게 한 뒤 물질 작업에 데리고 간다. 실력이 좋다고 한꺼번에 중군·상군이 되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이런 과정을 차근차근 밟아야 비로소 함께 작업할 해녀 자격을 얻는다. 

일본의 10대 해녀가 슬그머니 부러워진다.

일본 10대 해녀는 처음부터 물질을 했던 것은 아닌 것으로 알려졌다. 한 때 지역 경제의 중심축이었던 '미키모토 진주섬'에서 물질 시연을 했다. 그렇게 시작한 일이 5년 만에 신인 해녀로 데뷔했다. 아직까지는 시연을 주로 하고 있지만 "전통 물질을 배워 전하고 싶다"는 의욕을 밝혀 눈길을 끌었다.

평등, 약자 배려하는 철학

일본의 움직임은 또 있다. 미에현 도바시의회는 지난 10월 2일 해녀(아마) 문화 진흥·보전을 위한 '해녀 마을 조례'를 만장일치로 가결했다. 해녀 관련 조례 제정은 일본에서는 처음이다. 

우리나라에서는 올해 5월 한국해녀를 무형문화재로 지정했다. 미에현은 이미 지난 2014년 아마를 현무형민속문화재로 지정했다. 토바해녀보존회와 시마해녀보존회를 보유단체로 정했다. 
이런 노력들에도 아마 수는 계속해 줄고 있다. 다른 지역에까지 광고를 내보내 아마를 모집하고 있지만 현상유지가 쉽지 않음을 토로한다. 해녀 모집 광고는 제주에서도 등장했다.

고령화 등으로 해녀수가 계속해서 줄어들고 있다는데 적어도 '젊은' 해녀가 꾸준히 뒤를 잇는 배경에는 민회 성격의 해녀회가 정한 약속에 있다.

도두어촌계가 제안한 '1년 61일'은 해녀 희망자에만 해당하지 않는다. 현직 해녀들이 해녀희망자의 멘토로 시작을 돕는다. 혼자하지는 않지만 물질은 지극히 개인적인 작업이다. '해녀 양성'이라는 목적이 중요하다고 하더라도 수익 감소를 감수하는 일에 동의를 구하는 일은 쉽지 않다. 서툴거나 머정이 좋지 않은 해녀의 망사리에 슬쩍 수확물을 넣어주는 개석문화의 확장형이나 마찬가지다. 이런 과정을 거쳐 35살의 막내 해녀가 87살 노해녀와 더불어 바다와 호흡을 맞췄다.  

서로 의지하면서 규율이 엄한 공동체 문화가 있어 가능한 일이다. 기본적으로 숨의 길이와 잠수 깊이에 따라 상군, 중군, 하군으로 나뉜다. 여기에 윤리 덕목이 포함되면 '대상군'으로 존경을 받는다.

나이 든 해녀가 "바다에 가야 무릎이며 관절이 편해"하고 외친다. 하지만 "오늘 작업에 큰 언니는 쉽서" 한 마디에 숨겨졌던 재능 하나를 발견했다.

능력 위주의 계급이지만 이들의 관계에는 평등과 약자를 배려하는 철학은 시간이 흐를수록 강한 인상을 남긴다. 해녀회마다 조금씩 다르기는 하지만 수확물을 나눌 때 몸이 아파 물질을 나오지 못한 해녀의 몫도 남겨두기도 하고 숨이 짧아지고 체력이 떨어진 나이든 해녀를 위한 '할망바당'을 조성한 곳도 있다. 

제민일보와 ㈔세계문화유산보존사업회가 올해 처음 시행하는 해녀대상은 '대상군'을 중심으로 한 제주해녀문화의 정통성을 회복하고 이를 지속가능 장치로 활용하기 위한 시도다. '모범 사례'에 대한 해석은 공동체에서 시작돼야 한다. 

바다의 변덕에 대처하는 지혜를 담아

매그넘 데이비드 앨런 하비 뉴욕사진전 22일까지

뉴욕에 다시 제주해녀의 유영이 시작됐다.

2015년 뉴욕한국문화원 갤러리 코리아에 이어 지난 8일부터 22일까지 The Korea Society 갤러리에서 열리고 있는 '제주해녀' 사진전이다.

2015년 전시는 김형선 작가가, 올해 전시는 세계적 명성의 매그넘 소속 데이비드 앨런 하비의 사진이 이국적이면서도 생명력 넘치는 에너지를 뿜어냈다.

데이비드 앨런 하비는 지난 2014년 11월 한달간 구좌읍 평대리에서 제주해녀를 만났다. 그가 읽어낸 제주해녀는 강인하기보다 삶에 대한 의지와 가족애가 강한 여성이다. 몸을 쉬는 대신 바다와 밭을 오가며 땀을 흘리는 것을 선택하는 모습 역시 흑백의 사각 앵글에 담았다. 배려와 공존이라는 설명하기 어려운 단어들을 함축한 화면은 이내 현지인들의 공감을 샀다.

제주 입장에서는 일상적이고 익숙한 모습들에 경외를 표하는 것이 싫지 않다.

앞서 소개된 김형선 작가의 작품은 아마조네스 같은 여전사 포스와 더불어 금방 물질을 마치고 돌아온 순간의 생명력 있는 화면으로 극찬 받았다.

'외국인'이란 프리즘을 통해 읽은 제주해녀들의 진솔함은 그들에 대한 기본적인 지식만 가지고 찾아낼 수 없는 것들이다.

당시 71장의 사진을 추려 만든 자료집에 데이비드 앨런 하비는 이렇게 적었다. "제주 해녀는 억척스럽게 살아가지만, 동료와 가족을 보듬는 데는 누구보다 푸근하다. 맨몸으로 거친 풍랑과 맞서면서도 예측할 수 없는 바다의 변덕에는 지혜롭게 대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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