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복 작 'Summernight 2017'

20~26일 인사동 고은앤아이 갤러리 '서울 한 집, 제주 그림 하나…'전
개성 강한 섬 색깔 12명 작가 한자리에, '가족이 복 부르는'작품 선봬

고집스럽게 선택을 기다리던 섬이 부산히 짐을 챙겨 북상했다. 이래도 눈을 맞춰 주지 않을 것인가 달싹하고 움직이던 입술을 앙다물고 가만히 시선 끝을 맞춘다.

젓가락 한 개로는 구멍을 뚫는 것 같은 다분히 공격적인 일을 하게 되지만 두 개로 한 짝을 이루면 쓸모를 찾는 것처럼 서로의 틈과 필요한 자리를 찾는다. 그렇게 합을 이루면 '사랑'하고 세상에 가장 아름다운 소리가 난다.

독립 문화기획자 이재정씨가 20일부터 26일까지 서울 종로구 인사동 고은앤아이갤러리에서 진행하는 '서울 한 집, 제주 그림 하나, 열대성 혹은 균사체'전이 던지는 메시지는 신선하면서도 충분히 자극적이다.

'WINDHADA, 제주문화를 소비하다' 시리즈의 첫 번째 프로젝트인 이번 전시에는 김수오, 김영훈, 박길주, 박주우, 박훈일, 송창훈, 신소연, 이명복, 이은경, 한항선, 홍진숙, 채명섭씨 등 문화창작자 12명이 참가했다.

제주를 읽어낸 12개 시선과 가슴이 얽히며 시간을 쌓고 오름을 이뤘다가 바다에 닿는다.

연말연시 집에 걸어두면 좋을 '가족의 복을 부르는 그림들'이란 주제에 맞춰 꺼내놓은 것들은 특유의 온기를 뿜어내며 전시장을 생명력 왕성한 열대림의 그것으로 바꾼다.

'지금 제주'가 쏟아내는 거친 숨소리는 살고 싶다는 외침이다. 하나 하나 빛나던 것들이 모여 네트워크를 이루며 움직인다.

'내일 제주'인지, '다음 제주'인지는 현장에서 읽어내야 한다. 전시 개막 20일 오후 6시 30분. 문의=010-9002-9452. 고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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