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생 교육체육부 부국장 대우

아메리카 인디언들은 광활한 대지를 달리다 문득 멈춰 서서 자신이 달려왔던 길을 향해 뒤돌아본다고 한다. 혹여나 너무 빨리 달려와 자신의 영혼이 미쳐 함께 하지 못했을 것이란 생각에서 말이다. 2012년 한국인 승려 최초로 미국 대학 교수라는 특별한 인생을 살고 있는 혜민 스님이 출판한 책 한 권이 잔잔한 감동을 선사했다. '혼자서 도 닦는 것이 무슨 소용인가, 함께 행복해야지'라는 생각에 시작한 트위터로 수많은 기독인인들에게 종교를 초월한 '영원한 멘토'로 이름을 알렸다. 

종교와 인종 등 가치관을 뛰어 넘는 인생의 잠언을 얘기한 혜민 스님의 '멈추면, 비로소 보이는 것들'은 우리의 사랑과 마음, 인생에 대한 성찰을 알려주며 마음으로 안 되는 것들에 대한 저자의 지혜로운 해답을 담아내고 있다. 잠깐의 뒤처짐에 열등감을 가슴 아파하지 말고 나만의 아름다운 색깔과 열정을 찾을 것을 강조했다. 어떤 생각을 하는가가 말을 만들고 어떤 말을 하는가가 행동이 되며 반복된 행동이 습관처럼 굳어지는 그것이 바로 인생이 되는 것이라고 얘기했다. 

2017년 정유년 한 해를 정신없이 달려왔다. 대통령 탄핵을 비롯해 5월 장미대선, 세월호 인양, 사상 초유의 수능 연기 등 열 손가락으로 꼽아도 다 채우지 못하는 게 아쉽다. 정유년도 10여일 밖에 남겨두지 않고 있다. 저마다 한 해를 마무리하고 못 다한 계획을 후회하고 내년을 위한 계획을 세울 시기다. 

지난 11월 20일 제주도청 4층 탐라홀에서 뜻 깊은 자리가 마련됐다. '희망 2018 나눔 캠페인' 73일간의 대장정의 출발을 알리는 출범식이 열렸다. 제주사회복지공동모금회가 주관한 이날 행사에는 도내 기관·단체장, 제주사랑의열매 나눔봉사단 등 300여명이 참가해 희망나눔 캠페인 목표 달성을 기원했다. '나눔으로 행복한 나라'를 슬로건으로 한 이번 캠페인은 내년 1월 31일까지 진행되며 모금 목표액은 지난해보다 8801만원 증액한 44억1500만원이다. 

이에 제주사회복지공동모금회는 도민의 관심과 참여를 유도하기 위해 캠페인의 상징인 대형 온도탑을 옛 제주세무서 사거리와 연북로 연동입구 등에 설치해 사랑의 온정을 전하는 도민들의 마음을 기대하고 있다. 이밖에 캠페인 기간 제주도 전역의 금융기관을 비롯한 약국, 읍·면·동에 사랑의 열매 모금함을 비치해 사랑의 손길을 기다리고 있다. 또 아너 소사이어티, 착한가게 가입 등 사랑의 전화(ARS 060-700-0009)를 통해서도 나눔에 동참할 수 있도록 했다. 사랑의 온도탑은 모금목표액의 1%인 4415만원이 모금될 때마다 1도씩 눈금이 올라간다. 

지난 18일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 사랑의 온도탑 옆에 설치된 '사랑의 우체통'에 익명의 기부자가 현금 500만원이 든 봉투를 놓고 갔다. 사랑의 우체통은 공동모금회가 사랑의 온도탑을 찾는 시민들을 위해 설치한 것으로 '얼굴 없는 선행'을 베푼 것은 지난 2014년 12월과 2016년 1월과 12월에 이어 이번이 네 번째다. 또 충북 제천에서도 '이름 없는 천사'가 불우이웃에게 연탄 기부로 따뜻한 온정의 불씨를 피웠다. 50대 초반의 한 여성이 제천시 사회복지과를 찾아 하얀색 봉투를 전달하고 돌아간 직후 그 봉투를 확인하자 '오늘도 많이 춥네요. 연탄이 필요한 이웃에게 부탁드립니다'란 메모와 함께 연탄 2만장 보관증이 들어 있었다. 

지난 15일 청주 흥덕구 송정동에 거주하는 익명의 기부자도 추운 겨울 어려운 이웃을 위해 써달라며 36만원을 기부했다. 이 기부자는 "자폐2급인 자녀가 수영선수로 활동하며 상금으로 받은 돈이어서 뜻있는 곳에 사용했으면 좋겠다"며 "저와 아이가 장애와 질병으로 힘들었을 때 많은 도움을 받았고 그 받은 사랑을 실천하고 싶다"고 훈훈한 인정을 전파했다. 이렇듯 나눔은 그리 어려운 것이 아닌 듯 싶다. 나눌 수 있다는 마음만 있다면 아주 쉬운 작업이다. 우리의 어려운 이웃들을 돌아봐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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