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형 시인 「꽃보다 먼저 다녀간…」 상재
4·3, 베트남 전쟁 등 자신의 색깔로 풀어내

2004년 일이었다. 먼저 글을 쓴 이들은 중년 소리를 듣는 48살의 시인이 '미운 씨앗'같은 자신의 체험을 담은 시로 제주작가상 신인상을 받았다.

이후 13년의 시간이 흘렀다. 씨앗은 싹을 틔웠고 줄기를 올려 가지를 뻗었다. 그리고 「꽃보다 먼저 다녀간 이름들」이라는 첫 열매를 맺었다.

이종형 제주문학의 집 사무국장이 처음 상재한 시집이다. 준비하는 동안 참 많은 일이 있었다. 아버지에서 할아버지로 이름 하나를 더 얻었고, 듣는 대로 이해 할 수 있게 된다는 60살을 넘어섰다.

개인사와 연결된 4·3, 베트남 전쟁의 상흔, 세월호의 비극과 마주했던 시인은 시어 모두에 '아프다'고 새기고 수십 수 백 번 '살아있다'읽었다. 

"붉은 동백꽃만 보면 멀미하듯/제주 사람들에겐 4월이면 도지는 병이 있지/시원하게 비명한번 지르지 못하고/생손앓듯 속으로만 감추고 삭혀온 통증이 있어//…바라보는 것만으로 죄짓는 기분일 줄이야 누가 알았겠나…"('봄바다'중)

4·3이라는 역사적 사건으로 된 문을 열고 들어갔지만 시인은 죽는 것으로 다시 산다. '허기지고 외로운 시간'을 시로 채웠다는 말은 멋쩍음에 툭 던진 것과는 차이가 있다. 늦었다고 하면서도 시인은 조급해 하기보다 현실을 이해하고 자신의 색깔로 풀어내는데 오랜 시간을 할애한다. 그 마음을 밟고 가는 동안 호흡이 길고 깊어진다. 도서출판 삶창. 고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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