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하나 정치부차장 대우

12월, 2017년 한 해를 꼬박 채울 날도 열 손가락에 꼽을 만큼 만 남았다. 매년 12월이 되면 누구나 '가는해'에 대한 아쉬움에 지나간 시간을 되돌아보기 마련이다. 어떤 시각에서 다른 시각까지의 '동안'을 의미하는 시간(時間). 멈추지 않는 시간과 함께 변화를 거듭한다.

또 다른 의미의 시간(屍諫). 죽음으로 임금에게 간언을 올려 바로잡는 것을 뜻한다.

춘추시대 때 위나라 대부사어는 병이 들어 죽음을 맞이하면서 "나는 자주 임금에 '거백옥'이란 자가 현명한 사람임을 말씀 드렸으나 임금은 그를 벼슬에 등용하지 않았고, '미하자'가 어리석은 사람이라고 말씀드렸으나 임금은 그를 물리치지 않았다"며 아들에 말했다. 그러면서 "신하된 몸으로 현명한 사람을 벼슬에 나가게 하지 못했고, 어리석은 사람을 물리치지 못했으니, 내가 죽으면 정당에서 상을 치르지 마라"고 말했다. 이를 전해들은 임금은 사어의 뜻을 받아들여 거백옥을 소중히 대하고, 미하자를 멀리했으며, 정당에서 예우를 갖춘 뒤 장례를 치렀다. '살아서는 온몸으로 간했고 죽어서는 시체로써 간했으니 진정 충직한 사람'을 의미한다.

지난해 국정농단 사건으로 검찰에 줄줄이 소환된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 이재만·안봉근 전 대통령비서실 비서관 등 문고리3인방을 비롯해 김기춘 전 청와대 비서실장, 정호성 전 청와대 정무비서관,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 까지 모두 박근혜 전 대통령의 충신이라 불린다. 그러나 이들은 지난 정부 당시는 충신'이었을지 언정, '시간'은 못 됐거니와, 구속신세가 된 지금, 법의 심판대 앞에서 자신의 행위에 대해 타당성을 찾고 있다. 특히 가장 늦게 구속신세가 된 우 전 수석은 '국정원 민간인 불법 사찰이 민정수석의 업무냐'는 물음에 그렇다고 답한 바 있다. 대통령의 친인척·지인의 비위행위를 관리·감독하는 민정수석의 역할을 이행하지 못한 데 대한 책임을 회피한 채 '대통령 지시'를 이유로 자신의 입장을 대변하고 있다.

2018년 1년의 시간, 현 정부가 과거 정부의 과오를 거울삼아 발전해 나갈 수 있도록 정부를 비롯한 주요 인사들은 열흘의 시간 동안 '사어시간'을 되새기며 새로운 한 해를 맞이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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