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족 주축 4․3평화합창단 22일 창단식
‘잠들지 않는 남도’ 등 불러…치유효과

잠깐 전주가 울렸을 뿐인데도 분위기는 일순 숙연해졌다. 아직은 어색한 화음이지만 “…살 흐르는 세월에 그 향기 더욱 진하라…(‘잠들지 않는 남도’ 중)”고 뱉어내는 목소리는 묵직하고 단단했다. “…우리 누이 같은 꽃 애기동백꽃 봄이 오면 푸르게 태어나거라…”(‘애기 동백꽃의 노래’중)하는 음색에는 눈물 같은 물기가 묻어났다.

평화와 인권의 하모니 ‘4.3평화합창단(단장 김필문)’창단식이 22일 오후 5시 제주미래컨벤션센터 노블레스홀에서 열렸다.

52명의 단원은 이영효 지휘자(도립서귀포합창단)의 리드에 맞춰 ‘잠들지 않는 남도’와 ‘애기동백꽃의 노래’를 합창했다. 합창단은 지난 9월‘ 합창으로 평화의 인권의 별을 거는 하늘 사다리’를 목적으로 출발했다. 합창음악에 관심이 있는 4·3 유족들을 중심으로 4·3이라는 상징성을 살려 43명으로 구성하려던 계획은 뜻을 같이 하려는 사람들이 열의에 조금씩 몸집을 불렸다. 오디션 당시 38명이 응모했던 사정과 비교해서도 목소리가 커졌다.

첫 공연이었지만 유족들에게 뿌리 깊게 남은 4․3의 상처를 보듬고 치유하는 역할은 분명히 각인했다.

양윤경 4․3희생자유족회장은 “제주의 어두운 역사에 밝은 광명의 시간을 되돌리려는 유족들의 순수한 마음이 모아 만들어진 합창단”이라며 “앞으로 제주4․3을 전국, 세계에 알리는 역할을 충실히 해 달라”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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