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웅 자비정사·논설위원

스위스는 험한 산으로 이루어진 나라이다. 그런 악산을 관광자원으로 삼아 부강한 나라로 지낸다. 그러나 불과 백여 년 전만 하여도 스위스는 비극의 땅이었다. 생계가 막연하여 젊은 남자들이 부자 나라에 용병으로 가서 목숨을 담보로 고국의 처자식을 살리던 처지였다. 어떤 때는 형제가 서로 전쟁 중인 나라에 각각 용병이 되어 전쟁터에서 적으로 싸우다가 둘 다 죽는 비극을 겪기까지 하였다. 그러나 그들은 그런 험한 지세를 이용하여 정밀산업을 일으키고 험산을 관광자원으로 발전시켜 부국으로 발돋움하였다. 유럽을관통하는 기차를 타고 스위스로 들어가면 한 산이 통째로 움직이는 모습이 보인다. 그것은 산이 움직이는 것이 아니라 산에 계단식으로 심은 포도나무들이 바람에 흔들리어 마치 산이 움직이는 것처럼 보이는 것이다. 우리나라에서는 그 시절 양반입네 하며 버드나무 아래 술타령을 하고 있을 때 스위스 국민들은 산을 개간하여 포도를 심고 포도주를 생산하여 수출까지 하였음을 일러준다. 더욱 놀라운 것은 산골짜기 깊숙이 사람들이 보이지 않는 곳까지 말끔히 정리가 되어있는 점이다. 그들은 국토관리 자연관리 관광자원 관리에 그렇게 철저하다. 경사가 심한 산에도 초지를 만들어 젖소들이 한가로이 풀을 뜯고 그 우유로 알프스 산을 제품의 로고로 한 양질의 버터와 치즈를 생산하여 비싼 가격으로 수출하고 있다. '하늘은 스스로 돕는 자를 돕는다' 는 말은 바로 스위스 국민들에게 합당한 말이다. 스위스 기준으로 한다면 우리나라 산들은 모두가 명품(名品)이 될조건을 갖추고 있다. 스위스에서 시작하여 세계로 뻗어 나간 식품회사 중 네슬레(NESTLE)라는 회사가 있다. 지금도 스위스 산골짜기에 본사를 두고 세계시장으로 뻗어나가 백여 국에 발판을 굳히고 직원이 20만이 넘는 세계기업으로 발전하였다. 네슬레의 특기는 식품에 대한 철저한 품질관리이다. 외국 현지에 있는 식품제조 회사들의 공장 폐수를 검사하여 오염된 성분이 나오면 계약을 취소할 정도로 품질을 관리하였다. 이로 인하여 세계인의 인정을 받게 되어 세계적인 대기업으로 발전하였다.

네덜란드는 면적이 남한의 삼분의 일 정도 되는 나라이다. 그나마 해수면보다 낮은 땅이어서 네덜란드가 영어로는 Underland 즉 바다 아래 땅이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 그러니 소금기가 많고 생산성이 낮은 땅일 수밖에 없다. 거기에다 날씨 역시 농업에 적합하지 않은 기후이다. 그런데 그런 나라가 농산물 수출 세계 3위를 차지한다. 그들의 과학영농에 세계시장을 안방처럼 경영한 덕택이다. 소금 땅을 논으로 만들어 벼농사를 짓는 일이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볍씨를 길러 모를 만들어 논에 심으면 논바닥 소금기로 벼가 말라 죽어간다. 그 모를 살리느라 밤이야 낮이야 논바닥에 엎드려 온갖 노력을 다하여야 한다. 네덜란드에서는 정부가 앞장서고 대학의 농학자들과 농민들이 팀을 이루어 소금 땅에 강한 농산물이 무엇인지 연구를 먼저 시작하였다. 연구 결과 찾아낸 작물이 튤립이다. 그래서 튤립을 심어 꽃을 수출하기 시작하여 지금은 세계 최대의 꽃 수출국으로 발돋움하게 되었다. 

우리의 현실은 어떠한가? 농민들에게 보조를 많이 한다고 농촌과 농민이 잘 살게 되는 것일까? 아니다. 농민과 농학자들과 정부 관계기관들이 팀을 이루어 그 지역 그 토양에 적합하고 세계시장에 진출하기에 적합한 작물을 연구하여야 한다. 연구 결과를 바탕으로 삼아 종자를 개량하고 농기구를 제작하고 선진영농기술을 발전시켜 농업이 과학이 되고 선진기술이 되게 하여야 한다. 사람들은 농업을 그저 농사노동으로만 생각하고 있다. 그러나 농업은 95%가 기술이고 과학이며 5% 만이 노동이란 사실을 우리는 알아야한다. 해마다 갈아엎어지는 농작물을 바라보며 아픈 가슴을 부여잡고 우리 농업의 미래를 다시 한 번 더 생각해 볼 때이다.

저작권자 © 제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