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근두근시어터 어린이극 '할머니의 이야기치마'
내일부터 내달 14일까지…애니·공연 접목 시도 

꼭 이맘 때였던 것 같다. 찬바람만 불면 볼부터 빨개지던 초등학생은 학교가 끝나면 데구르르 할머니 댁으로 먼저 달려갔다. 아랫목 이불 속에는 뚜껑 달린 밥 그릇 몇 개와 거북 등 껍질처럼 생긴 금속 재질 물통 같은 것이 절절 달궈진 채 기다리고 있었다. 차가운 귤 몇 개에 행복해 하며 언 발을 녹이며 듣는 할머니의 옛날이야기는 매번 같은 내용이어도 '늦었다'는 엄마의 불호령을 잊게 만들기 충분했다.

지금은 찾을 수 없는 아랫목의 추억을 제주시 원도심 두근두근 시어터가 재현한다.

27일부터 내년 1월 14일까지 진행하는 창작 감성 어린이극 '할머니의 이야기 치마(연출 장정인)'를 통해서다. 제주 자연을 지키는 돌멩이들이 등장하는 것은 앞서 선보였던 공연과 같지만 구성에 있어서는 더 찰지고 따뜻해졌다.

하루가 멀다하고 우엉팟을 살피는 할머니의 둘둘 말린 치마 속에 숨겨져 있는 이야기가 인형과 오브제, 그림자를 통해 소리가 되고, 표정을 만든다.

천을 활용한 소품들이 따스함을 더하고 신통방통 돌멩이들이 풀어내는 유쾌하면서도 유익한 에피소드가 세대 구분 없이 무대에 빠지게 한다.

올 한해 에니메이션의 현실화와 공연콘텐츠 접목을 시도해온 결과물이란 점에서도 눈길을 끈다.

극에 나오는 돌멩이들은 제주 애니메이션 제작사 ㈜피엔아이시스템(대표 신재중)이 만든 '리틀스톤즈'의 주인공들이다. 제주 풍광을 배경으로 돌하루방과 현무암, 곶자왈 등을 캐릭터로 개발하며 많은 관심을 끌고 있다.

극은 평일 오전 10시30분, 주말·공휴일 오후 3시 만날 수 있다. 1월 1일과 8일은 쉰다. 관람료 1만원. 문의=010-6691-1727, https://facebook.com/dukundukuntheatre/. 고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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