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용길 농협대학교 경영학과 겸임교수·논설위원

최근 유럽 정치에 극우 포퓰리즘(대중인기영합주의) 세력이 급속히 약진하며 유럽 정치 지형에 큰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그간 유럽 정치는 중도 우파 및 중도 좌파 진영이 주류를 형성하며 연합정부를 매개로 한 중도주의 정치가 주된 흐름이었다. 즉 유럽 정치는 연정을 통해 다양한 정치 이념 노선을 가진 세력간의 협치를 통해 국민 통합을 이루어 왔다. 그러나 최근 반난민·반이슬람 기조의 극우 계열이 영향력을 확대하며 중도 좌파 및 중도 우파 세력의 지지 기반을 잠식해서 이들 전통적 주류가 연정을 구성하는데 결정적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심지어 일부 국가는 극우 진영이 집권 중이거나 연정의 파트너로 참여하고 있는 형국이다.      

유럽 극우 정당의 동향을 서부 유럽부터 살펴보면 유럽연합(EU)의 주도국인 독일은 총선에서 독일을위한대안당이 제3당으로 부상해 극우 정당으로서는 72년 만에 연방의회에 진출했다. 현재 메르켈 총리가 연정 구성에 어려움을 겪는 것도 독일을위한대안당의 지지 기반 잠식에 따른 여권의 낮은 득표율에 기인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EU의 또 다른 주도국인 프랑스는 총선에서 전통적 주류인 중도 좌파의 사회당과 중도 우파의 공화당 양당 체제가 붕괴되었고 극우 계열인 국민전선의 르펜 후보는 대선에서 결선까지 진출해 상당한 득표력을 보여주었다. 오스트리아에서도 극우 성향의 자유당이 총선에서 연정의 전통적 일원인 중도 좌파의 사회민주당을 제치고 중도 우파의 국민당에 이어서 제2당으로 부상했다. 이에 따라 오스트리아 국민당은 서유럽국 중 유일하게 극우 세력과 연정을 구성했다. 여기서 자유당은 내무부 및 국방부, 외교부를 장악해 반난민·반이슬람·반EU 정책은 더욱 강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네덜란드에서는 자유당이 제2당으로 약진했고 스위스에서는 스위스인민당이 제1당으로 떠올랐다. 다음으로 남부 유럽에서 이탈리아의 북부동맹과 이탈리아형제당이 내년 총선을 통해서 우파연합의 연정 파트너로 참여할 가능성이 있고 그리스에서는 황금새벽당이제3당으로 비상했다. 한편 북부 유럽은 핀란드에서 진정한핀란드인당이 연정에 참여 중이고 덴마크에서도 덴마크국민당이 제2당으로 연정의 일원이며 스웨덴에서는 스웨덴민주당이 제3당으로 약진하며 지지율이 상승세에 있다. 마지막으로 동부 유럽에서 폴란드는 법과정의당이 집권 중이고 헝가리에서도 여권인 피데스가 높은 지지세로 재집권이 유력시 되며 같은 극우 계열의 요비크당이 제3당으로 자리잡고 있다. 체코에서도 반난민 정책 기조의 우파인 긍정당이 제1당으로 부상했고 극우 세력인 자유와직접민주주의당 역시 약진했다. 불가리아에서는 애국연합이 제3당으로 연정에 참여 중이고 슬로바키아에서도 극우 계열 슬로바키아국민당과 우리슬로바키아당이 의회에 진출한상황이다. 결국 극우 진영의 정치적 영향력은 동부 유럽에서 가장 강력하고 다른 유럽 지역으로도 급속히 확산 중이다.  

이렇듯 유럽 정치의 대세였던 중도 정치가 약화되고 극우 포퓰리즘 세력이 비상하고 있는 주요 요인으로는 우선 북아프리카와 중동에서 이슬람 난민들이 유입되면서 잠재되었던 기독교와 이슬람간의 역사적 적대성이 현재화된 측면이 있다. 그리고 이슬람 난민의 유입과 테러에 따른 사회적 비용 부담 및 불안감이 증가하고 있고 이들에 의해 일자리가 잠식되는 형국이다. 또한 EU 출범 이후 EU 회원국간의 빈부 격차가 기대만큼 해소되지 않아서 EU의 존재 가치에 대한 회의감이 커지고 있는 상황도 배제할 수 없다. 결국 이들 극우 진영은 탈EU를 내세우고 있는데 이들 정치 세력의 비약적 신장은 관용과 다원주의로 상징되는 EU의 지속 발전에 커다란 걸림돌로 작용할 전망이다. 따라서 EU의 정치적 미래는 EU 통합과 확대를 지향하는 독일 메르켈 총리와 프랑스 마크롱 대통령의 결속력과 극우 세력간의 정치적 역학 관계에 의해 규정될 것으로 분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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