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墨竹".
 ‘넓은 고지(古紙)에 단순한 붓놀림으로 한 송이 꽃 한 잎을 그리기 어려워라/ 공허한 곳이야 모두가 선경(仙境)인데/ 끊겼다 이어지는 향기가 코끝에서 용솟음치네’

 라석 현민식 서화전이 6일부터 10일까지 제주도문예회관 전시실에서 마련된다.

 이번 서화전은 라석 선생의 고희(古稀)를 기념한 것. 21명의 문하생들로 구성된 ‘고희기념 라석 현민식 서화전 추진위원’들이 마련했다.

 이번 서화전은 지난 96년 제주도서예대전 기금 마련을 위한 제5회 개인전을 가진 이후 6년만의 나들이다.

 전시작품은 모두 99점. 한문서예와 국한문 혼용, 또는 문인화 등을 골고루 감상할 수 있다. 한문·한글로 다양한 서체의 작품을 선보이고 있다. 사군자는 색깔을 넣어 무미건조함을 달랬고 그림 옆에 싯귀나 긴 문장의 글씨를 써넣어 문인화풍의 취향을 보여주고 있다.

 또 한 작품 속에서 예서·행서, 한문·한글, 초서·행서 등 여러 가지 서체의 글씨를 써넣어 변화를 꾀하고 있다. 힘차고 용트림하는 듯한 동적인 글씨가 있는가 하면 정적인 분위기를 자아내는 글씨, 한 작품 속에서도 굵기가 다르거나 뉘어 쓰거나 하는 등 변화가 다양하지만 전체적으로 조화가 뛰어나다.

 특히 이번 서화전에서는 논어(論語) 전문을 국·한문 혼용으로 38폭 짜리 대작으로 써 내려간 작품도 있다. 라석 선생이 심혈을 기울인 역작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전서·예서·행서·해서·초소는 물론 한글체·문인화에 모두 능하다는 평을 얻고 있는 라석 선생은 서예의 가장 큰 단점을 “특정 필체만을 고집, 단조로움을 느끼게 한다는데 있다”고 지적한다. 그는 “흑백의 조화로 이루는 예술의 경지로 끌어올리려면 다양한 서체, 개성이 있는 글씨들이 나와야 한다"고 강조한다.

 라석 선생은 훈장을 지냈고 유학에 능했던 아버지(84년 작고)의 영향으로 여섯 살, 서당문턱을 드나들 때부터 붓을 잡았다. 그러나 본격적인 서예 입문은 20세 약관의 나이에 제주북교에서 교편을 잡을 때였다. 묵향에 취해 50년 외길 인생을 걸어온 셈이다.

 라석 선생은 현재 라석서예학원을 운영하고 있고 한국서예협회 초대작가·국제문화미술대전 초대작가 지도위원 등을 맡고 있다. 대한민국 미술대전·서예대전에서 특선 1회·입선 3회, 제7회 일본국제미술대전 대상 등의 수상경력을 갖고 있다.

 또 제주도서예협회를 창립했고, 전국서화대전 지도교사상과 최우수 지도교사상을 수상했다. 저서로는 「구성궁예천명 임서본」과 「한글서예교본」「해서·초서 천자문」 등이 있다. 문의=742-1707, 754-52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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