갤러리2 중선농원 1월 31일까지‘김범균 조기섭 허문희’전
갤러리2 중선농원 1월 31일까지‘김범균 조기섭 허문희’전
우수기획 프로그램 인연…작가 당 단 한 작품 파장 유도
인생에 있어 최단거리는 과연 직선일까. 한 해의 시작이 반드시 1월 1일이어야 하고, 꼭 ‘달력’의 틀에 머물러야 하는 것일까.
제주의 세 작가가 2017년 마지막 날 던진 외침은 생각보다 그 파문이 크다. 누구도 흔들지 않았던 거울 같은 수면에 던진 것은 작은 돌이 아니었다. 직선이 두 점을 연결하는 최단 경로인데 이의는 없지만 인생에 직선 코스는 흔하지 않다. 좁고 꼬불꼬불한 길을 지나면서 우리는 더 단단해진다. 험해도 돌아가는 길이 스스로를 도약하게 하는 기회로 이어진다.
갤러리2 중선농원에서 이달 말까지 진행되는 ‘김범균 조기섭 허문희’전이다. ‘젊음’과 ‘제주’라는 단어 외에 이들 세 작가를 연결할 말이 없지만 전시장에는 이들이 꺼내놓은 단 한 작품씩만 걸렸다. 제주문화예술재단 우수기획프로그램을 통해 각각 개인전을 진행했던 인연으로 뭉친 자리다. 기획 때부터 결과보다는 과정에 중심을 뒀던 만큼 작품 하나에 전시장 하나를 꼼꼼히 둘러보는 만큼의 공력이 요구된다.
전에는 어땠는지, 지금은 무엇을 하고 있는지, 또 앞으로 어떻게 할 것인지는 중요하지 않다. ‘바로 지금 여기’를 미래라고 읽은 작가들은 각자가 시계 바늘임을 증명하는 화면으로 세상 소통을 시도한다.
김범균 작가는 제주의 흔한 관광지 표지판 속 풍경을 회화로 재현한 신작 ‘새천년 비자나무’를 내놨다. 조기섭 작가는 은분 등을 이용해 재구성한 제주의 풍경을 ‘흐놀다’로 묶었다. 절제된 화면은 그리기 보다 지워내고 색을 입히는 대신 탈각하는 작업을 통해 보는 이의 시선을 사로잡는다.
동화적 감수성에 현실감각을 덧입혀온 허문희 작가의 ‘오래된 숲’은 지금까지 주인공 역할을 맡았던 것들을 숨겨놓는 것으로 존재의 의미를 묻는다. 문의=755-21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