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오경 한의사·한의학자문위원

최근 들어 어른아이 할 것 없이 많은 사람들이 배앓이로 한의원을 찾는다. 연말모임, 새해행사로 과음·과식한 이유도 있지만 추운 날씨의 탓도 큰 것 같다.

낮은 온도에서는 위장기능이 떨어지는데 이는 체온을 유지하느라 소화에는 미처 신경을 못 쓰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추위로 인해 줄어든 운동량이 문제가 된다. 소화기를 담당하는 장부인 비장은 사지 말단을 주관한다. 비주사말(脾主四末), 비장은 몸의 영양분을 손과 발 끝까지 가게하고 손, 발의 움직임은 비장의 기능인 소화를 촉진 시킨다. 추위를 핑계로 앉아있거나 누워만 있게 되면 비위의 기능이 떨어지게 되고 잘 체하게 된다.

한의학에서는 음식을 먹고 체한 것을 식상(食傷)이라고 하는데 음식의 종류와 증상의 경중에 따라 약을 다르게 쓴다. 또한 음식을 너무 많이 먹으면 기운이 소모되고 구토하거나 설사하면 더 기운이 쇠하기 때문에 한약과 침으로 음식을 소화시키는 것뿐만 아니라 비위가 보강되도록 돕는다.

한의원을 당장 갈 수 없는 상황에서 토하거나 설사를 많이 하고 명치끝이 아프고 답답해 숨쉬기 힘들 수 있다. 이 경우 헐렁한 옷을 입고 배를 따뜻하게 해주며 배를 눌렀을 때 딱딱하고 아픈 지점이 있다면 심호흡을 하면서 그 지점을 중심으로 마사지해주는 것이 좋다. 위장관을 둘러싼 배의 근육이 말랑해지고 순환이 원활히 돼 위장운동을 돕는 방법이다.

모든 병은 예방하는 것이 최선이다. 평소 소화 장애가 있는 사람은 물론이지만 문제가 없던 사람이라도 추운 날씨에는 먹는 것에 주의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 달고 매운 자극적인 음식이나 밀가루 음식, 기름진 음식은 먹을 때는 즐겁지만 체하기 쉽다. 담담한 음식을 오래 씹어 먹고, 식사 후에는 가벼운 산책을 하여 새해를 속 편안히 시작해 보자.

저작권자 © 제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