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31일 제주 추자도 해상에서 전복된 여수선적 저인망어선 203현진호(40t·승선원 8명)가 3일 제주시 한림항에서 예인되고 있다. 고경호 기자

명당 노출 꺼리거나 불법 조업 숨기는 사례 빈번
과태료 10만원 불과...고의성 입증도 어려워 한계

해상사고 등에 신속 대응하기 위한 어선 위치발신장치 설치 의무화 규정이 겉돌고 있다는 지적이다. 

고의적 조작에 대한 처벌이 솜방망이에 그치고 있는데다 고의성 입증이 힘들어 실효성 확보에 한계를 드러내고 있다.  

제주해경 등에 따르면 어선법상 어선마다 V-pass나 VHF-DSC, AIS 등 위치발신장치를 1개 이상 설치토록 규정하고 있다.

V-pass는 선박이 자동으로 입·출항 신고를 하고 실시간으로 위치 정보를 해경에 송신하는 장치다. 어선 가운데 상당수는 V-pass와 위치 확인만 가능한 AIS 2개 장치가 설치돼 있다.

하지만 어선 위치발신장치를 일부러 끄고 조업하더라도 처벌은 과태료 10만원에 불과해 도입 효과를 반감시키고 있다.

일부 어선들의 경우 고기가 잘 잡히는 포인트가 다른 어선에 노출되는 것을 꺼리거나 조업금지구역 출입 등 불법 조업을 숨기기 위해 V-pass 등 위치발신장치를 끄고 조업하는 사례가 빈번하다. 

만선 상황을 감안하면 과태료 10만원은 큰 부담이 되지 않는다는 점도 위치발신장치를 번거롭게 여기는 요인이 되고 있다.

오작동으로 인한 불편 외에도 수리비 부담 등으로 어민들이 위치발신장치를 제대로 관리하지 않으면서 혹시 모를 사고 위험을 키우고 있는 상황이다. 

여기에 어선 위치발신장치를 끄더라도 고의성을 입증하기 힘들다는 사실도 도입 효과를 저해하고 있다.

실제 지난달 31일 추자도 해상에서 전복된 203현진호도 한림항 출항 이후 V-pass가 꺼진 것으로 드러나 해경이 고의 여부 등 정확한 경위를 조사하고 있다.

제주해경 관계자는 "이번 사고처럼 어선 위치발신장치를 꺼놓는 경우 신속한 구조가 어렵다"며 "전문기관의 정기검사나 처벌 규정 강화도 필요하지만 어민들의 안전의식이 먼저 개선돼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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