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름난 샘 솟는 곳 푸른 산 그늘 드리우고/ 많은 집들 예부터 마시고 살아가네/ 벽돌을 고치고 높은 난간 세워 병균을 막아내어/ 오로지 깨끗이 하여 다시는 시커먼 병 없게 하리”(산저천(山底泉) 전문)

 1735년 4월부터 1937년 8월까지 제주목사를 지낸 노봉(蘆峰) 김 정 선생의 문집이 국역 출간됐다.

 제주문화원(원장 양중해)이 제주도문화재위원 김익수씨에 번역 의뢰해 출간한 「노봉문집」은 총 4권 4책으로 돼있는 「노봉선생문집」 가운데 1권과 시집을 엮어 출간한 것. 나머지 3권은 내년에 출간 예정이다.

 「노봉선생문집」은 3권까지는 선생이 직접 지은 시문이 담겨있고, 권 4는 선생이 돌아가신 뒤 노봉선생의 가장(家狀)·묘비명·지우와 문사들이 지은 만사(挽詞)·선생과 관계가 있는 상현사와 관련 있는 문장 등이 수록돼 있다.

 노봉 선생은 말년을 제주목사로 지내다 제주에서 병사했다. 제주 목사 재임시 제주사람들에게 학문의 소중함으로 가르치고 삼천서당을 창건 문화교육 진흥에 힘썼다. 또 화북포구 축조를 손수 지휘하는 등 선정을 베풀었다.

 선생은 38세 때 식년 갑과에 3등으로 급제해 춘추관 기주관·사헌부 장령·사간부 정언으로 일했고, 함경도 종성 판관·함경도사·충청도 옥천군수·강원도 강릉부사·평안도 강계 부사 등을 지냈다.

 이번 문집에는 선생이 밟았던 우리나라의 명승지와 자연풍광과 풍속 등을 노래한 시편이 수록돼 있다. 시집 후반부에는 제주에서 지은 약 80수의 시편도 담겨있어 제주의 시정을 느낄 수 있다. 12일간의 제주순력 중 보았던 자연과 명소, 한라산정과 각 진, 관소에서의 감회와 그가 지은 삼천서당과 존현각, 오리정, 화북포구, 우련당 등을 서정적으로 묘사한 시편들이 그것이다. 책 말미에 증손에 의해 작정된 선생의 가장도 실려있다.

 역자 김익수씨는 “선생의 시문은 우리나라 동·남·북 지역을 밟았던 명승지의 자연 풍광과 기후, 풍속과 인물들이 소재로 등장한다. 선생이 마지막 심혈을 기울인 고장 제주에서 김 정 시집이 번역돼 전설처럼 구전돼 온 인간 김 정의 내면 세계를 엿볼 수 있는 소중한 책이다”고 평가했다. 비매품.
저작권자 © 제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