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길 서귀포의료원장

착한 적자라는 말을 들어본 적이 있는가. 적자면 적자지 착한 적자는 뭔 뚱딴지같은 소리냐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겠다. 하지만 의료원에는 착한 적자라는 것이 있다. 

우리나라에는 현재 34개 지방의료원에 적십자병원 5개를 더해서 39개의 지역거점공공병원이 있다. 서귀포의료원은 그 가운데 하나다. 

의료원의 설립 목적은 크게 두 가지로 볼 수 있다. 지역주민들에게 양질의 의료서비스를 제공하는 일반적인 병원 역할과 공익적 의료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다. 

공익적 의료서비스란 의료서비스 가운데 돈이 안 돼서 민간 병원들이 외면하는 의료분야라고 생각하면 된다. 소득이 낮은 저소득층, 다문화가정, 메르스 같은 신종 감염병, 언제 일어날지 모르는 재난이나 국가 비상사태에 대비하는 것 등이다. 

메르스 사태 이후 서귀포의료원에서도 많은 돈을 들여 신종 감염병에 대응하기 위해 음압병실을 만들어서 늘 비워두고 있다. 적자가 날 줄 뻔히 알지만  공익을 위해서 누군가는 해야만 하는 일이기 때문이다.

고압산소치료실을 한번 보자. 면적이 49㎡가 넘고 장치 시설비가 8억원 정도 들었고 매년 수리비가 수천만 원씩 들어가고 있다. 상주 직원 2명의 인건비도 매년 9000만 원 정도다. 해녀 한 사람 치료하는데 90분정도 걸리는데 비용은 6만원 정도고 해녀는 물론 전액 무료다. 그렇게 해서 작년에 3500만원 정도 수입을 올렸다. 수리비는 커녕 인건비도 안 나온다. 장비 가격이 비슷한 CT는 10분 촬영하고 15만원 정도 받는다.  절대 적자를 벗어날 수 없는 구조다. 얼마 전 여성 다이버 한분이 필리핀에서 스쿠버 다이빙을 하다가 잠수병 증상이 나타나서 필리핀 현지 병원에 알아보니 고압산소 치료 한번 받는데 우리 돈으로 이백만원이라고 했다. 시간을 다투는 병이고 비행기를 타면 안 되지만 그 여성분은 서귀포의료원으로 왔다. 고압산소치료 후 치료비는 검사 비용까지 포함해서 본인 부담금이 총 9만원 정도 나왔다. 필리핀보다도 싼 이것이 현실이다. 경영만 생각한다면 당장이라도 문을 닫는 것이 이익이다.  그러나 그렇게 할 수 없다. 서귀포의료원은 이런 공익적 의료서비스를 제공해야하는 지역거점공공병원이기 때문이다. 정부에서는 이런 것들을 착한 적자라고 부른다. 

물론 서귀포의료원의 적자가 모두 착한 적자는 아니다.  경영을 잘 못해서 생긴 적자도 많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착한 적자가 의료원의 방만한 경영에 대한 면죄부가 될 수는 없다. 반대로 의료원이 흑자를 많이 내는 것도 반드시 좋은 것은 아니다. 공익적 의료서비스에 소홀했을 가능성이 있어서다. 그렇다고 해서 방만한 경영으로 적자를 계속 내는 것도 바람직하지 않다. 서귀포의료원은 적자를 줄이기 위해서 많은 노력을 하고 있고 앞으로 그 성과가 나타날 것으로 믿는다. 도민들이 낸 소중한 세금으로 만들어지고 운영되는 의료원은 도민의 자산이고 경영을 책임지고 있는 사람은 경영을 잘 해서 도민들에게 보답해야 한다. 그래도 의료원에는 어쩔 수 없는 착한 적자도 있다는 것을 알아주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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