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훈 김만덕 기념관 관장

베트남 칸호아성, 캄란현에는 수오이깟이라는 작은 시골 마을이 있다. 마을에 하나뿐인 초등학교에 다니는 학생들은 모두 소수민족인 자글라이족 아이들이다. 호화 리조트가 건설되고 있는 관광지인 나트랑에 인접해 있지만 학생들의 부모들은 대부분 농업활동에 종사하고 있다. 노동력을 제공하고 임금을 받지만 이마저도 비정기적이어서 경제적으로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 

베트남 정부의 공공 인프라 투자는 소수민족이 사는 시골마을까지 미치지 못해 화장실이 부족하고 깨끗한 식수를 원활하게 공급받기가 어려워 빗물을 모아 마시는 집도 많다. 비위생적인 생활 환경과 밤낮의 기온차와 모기에 의한 질병도 많다. 베트남 사회건강보험을 적용받고 있지만 진료항목도 제한적이고 제대로 된 병원을 가기도 어려워 의료서비스 질도 낮다. 베트남 정부가 소수민족을 위한 정책을 시행하고 있지만 지원계획과 실제 수급에는 차이가 있는 것이 현실이다. 

'칸호아제주초등학교', 지금 수오이깟마을 어린이들이 다니는 초등학교 이름이다. 제주의 얼과 정신이 깃들어 있는 칸호아제주초등학교는 지난 2012년 사단법인 김만덕기념사업회가 김만덕의 나눔과 봉사 정신을 계승해 대한민국의 나눔문화를 베트남에 알리고 베트남전 참전, 결혼을 통한 국내 이주여성의 증가 등 양국의 과거와 현재를 고려해 양국 우호 증진을 위해 학교 건물을 짓고 책상과 의자까지 기부를 해 푸토성 비엣치시의 '번푸만덕중학교'와 함께 개교한지 5년이 됐다. 

김만덕기념사업회는 학교 건립 및 기부 이후에도 어려운 지역상황을 고려해 사단법인 위스타트와 함께 학교내에 '김만덕위스타트센터'를 개소해 2013년부터 2015년까지 3년간 교육환경 질적 개선, 학생들의 학업능력 증대, 건강한 아동 성장 발달 지원, 지역사회 참여·협력 증진을 위한 사업을 펼쳤다. 이는 1회성 기부보다는 아이들이 어른이 되어서도 자신보다 어려운 이웃들을 배려하고 베트남 발전의 큰 재목으로 성장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지속적인 지원을 하고자 함이었다. 물론 우리 고향 '제주'와 '김만덕'이라는 이름을 가진 학교에 대한 책임감도 있었다. 

지난해 11월 13일 오랜만에 칸호아제주초등학교를 찾았다. 김만덕기념사업회 김문자 공동대표와 대한적십자사제주도지사의 도움으로 마련한 자전거 40대와 학용품, 운동복 등의 전달식과 김만덕기념관 차원의 학교 운영상황 모니터링을 위해 19명의 방문단과 함께 방문한 것이다. 공교롭게도 방문하기 1주일 전에 몰아닥친 30년만의 거대한 태풍으로 인해 큰 피해가 있었지만 걱정스러운 마음으로 도착한 학교는 다행히도 큰 피해가 없었다. 교장을 비롯한 교사들과 학생들은 환한 웃음으로 방문단을 맞이해줬고 정성스럽게 전달식을 준비해 예정된 행사를 잘 마칠 수 있었다. 하지만 여전히 아이들은 낡은 슬리퍼를 신고 등교하고 있었고 맨발로 춤을 추며 방문단을 환영하는 아이들의 모습이 우리의 마음을 아프게 했다. 

전달식을 마친 후 교장선생님은 방문단에게 어렵게 말을 꺼내 학교 내 화장실이 너무 부족하고 비위생적이어서 이에 따른 화장실 신축과 건물 외벽의 페인트가 벗겨져 새로운 도색작업을 요청했다. 상수도 및 하수도 시설 인프라가 부족해 학교 건립 당시에도 문제가 발생했었는데 결국 학교도 화장실이 문제가 된 것이다. 

김만덕기념사업회와 김만덕기념관은 우선 시급한 화장실의 신축과 교사 도색 지원사업을 2018년에 진행하고자 계획하고 있다. 다행히 벌써부터 지원사업에 동참하고자 하는 사람들이 있지만 개보수가 아닌 신축공사이고 건물 외벽 도색작업까지 지원사업을 위한 소요금액이 적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김만덕의 나눔이 200여년전 도민을 구휼했던 것처럼 제주도민의 십시일반의 정성이 '칸호아제주초등학교' 학생들에게 사랑으로 전해지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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