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열 논설위원·경남대 교수

교육부는 '학생 성장 중심의 교육'을 교육혁신의 기조로 내세우고 있다. 교육혁신 지지자들은  '학생 성장 중심의 교육'이  대입준비 교육으로 인해 초래되고 있는 온갖 교육문제들을 한꺼번에 치유해줄 수 있는 '만병통치약'이라고 여기는 듯하다. 그러나 그것이 구체적으로 무엇을 가리키는지는 분명하지가 않다. 그래서 학생 성장 중심의 교육이 의미하는 바가 무엇인지 다소 혼란스럽기도 하다. 더군다나 어느 정부나 학생 성장을 목표로 하지 않는 교육을 실시한 경우는 없었다고 할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교육부가 새삼스럽게 학생 성장 중심의 교육을 내세우는 이유는 무엇일까. 

'학생 성장 중심의 교육'이 '권장조'의 용어로서 슬로건화 되어 있어서 사람들의 감성에 쉽게 호소하고 지지를 이끌어낼 수 있기 때문이다. '권장조'의 말은 그 자체가 가치 적재된 개념이어서 올바른 것, 좋은 것, 성취돼야 할 것이라는 당위적인 의미를 함축하기 때문에 필연적으로 모호할 수밖에 없는 성격을 가지고 있다. 그래서 '학생 성장 중심의 교육'은 사람에 따라 다양한 의미로 해석되고 그 실체가 다소 분명하지 않은 것이다. 

또한 슬로건은 대체로 청중이나 또는 독자들의 감정에 호소함으로써 그것을 외치는 사람이 원하는 바대로'관심을 높이거나, 열성을 불러일으키거나, 충성심을 고취하거나, 일체감을 형성하는'등의 결과를 낳게 한다. 슬로건은 일단 주장되고 나면 그것의 원래 의도와는 상관없이 그 자체의 생명력을 가지고 변모되어 나가기 때문에 의미상 많은 혼란을 초래하기도 한다. '학생 성장 중심의 교육'의 실체를 파악하는 것이 혼란스럽게 여겨지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서 찾을 수 있다.

교육부는 새 정부의 교육정책에 대한 지지를 이끌어내기 위해 권장조의 용어를 슬로건으로 사용할 수도 있다. 하지만 '학생 성장 중심의 교육'의 실체에 대한 혼란을 제거하고 그것을 학교현장에서 제대로 실천하기 위해서는 그 의미를 보다 분명하게 제시해야 할 것이다. 그렇다면 새 정부가 내세우는 '학생 성장 중심의 교육'은 구체적으로 무엇을 뜻하는 것으로 보아야 하는가.

지금까지 교육부가 제시한 교육정책의 맥락에서 읽을 수 있는 문제의식은 학교교육이 더 이상 상급학교 진학을 위한 것이 되어서는 아니 된다는 것이다. 교육부는 과거 정부들이 내세워 왔던 학생 성장은 왜곡되고, 편향됐다고 보고 있는 듯하다. 이 점에서 우선 새 정부가 내세우는 학생 성장은 그 표현이 비록 동일하다고 하더라도 내용상으로는 왜곡되지 않은 학생의 지적 성장을 지향한다고 보아야 한다. 즉 학생의 지적 성장을 위해 학교가 실시하는 지식교육은 지식의 암기와 기억에서 멈추는 것이 아니라 지식의 이해, 그리고 분석과 적용 더 나아가 비판과 재구성에 이르게 해야 한다는 것이다.  

다음으로 이제부터 학생 성장 중심의 교육은 지적인 성장에만 치중한 것이 아니라 균형 잡힌 교육을 지향한다는 것을 뜻한다. 과거 정부들은 지적 역량의 계발에 초점을 둔 편협한 학생성장을 추구했다면 새 정부는 그것을 넘어서서 정서적이고 신체적인 역량의 계발까지 포함한 교육을 지향한다는 것이다. 물론 4차 산업혁명시대로 일컬어지는 지능정보 시대에서는 학생의 지적 역량의 계발이 과거 어느 때보다도 더욱 중요함은 틀림없다. 하지만 교육은 큰 틀에서 학생들의 전인적 성장을 기본으로 해야 한다. 

교육부는 이제 학생 중심 성장 교육의 의미를 보다 구체적으로 명료하게 제시해야 한다. 그래야만 국민들의 감성을 넘어선 이성적 지지를 이끌어낼 수 있고 학생성장 중심의 교육이 슬로건에 그치지 않고 교육정책의 일관된 기조로 지속적으로 기능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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