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만익 탐라문화연구원·논설위원

제주특별자치도보훈청 제주항일기념관이 지난해 12월 11일에 개최했던 제1회 제주항일기념관 학술세미나에서 '제주지역 항일독립운동 사적지의 활용방안'이라는 주제발표를 했다. 이 기념관이 개관한지 20년 만에 비로소 제1회 항일독립운동 관련 학술세미나가 열렸다는 사실은 얼마나 제주항일기념관의 연구기능이 취약했는지를 반증하고도 남는다. 세미나에 참석했던 한 방청객이 "제주항일기념관은 개관한지 20년이 됐지만 변한 것이 하나도 없다"고 토로했을 정도로 이제 제주항일기념관은 새로운 옷으로 갈아입고 변신해야 할 때다. 일제강점기 근대사를 전공한 입장에서 제주항일기념관의 변신 방향을 몇 가지 제시하고 싶다.    

첫째, 독립운동 관련 특별전을 1년 1회 이상열 수 있는 공간·인력이 필요하다. 제주항일기념관에는 야외전시장을 제외하고는 특별전을 위한 공간이 충분하지 않다. 따라서 특별전 공간확보를 위해서는 무엇보다 기념관 리모델링이 선행돼야 한다. 또한 특별전 전시물 제작을 위해 독립운동에 대한 연구물이 있어야 한다. 이를 위해 제주항일기념관에 독립운동 연구인력들이 충원될 경우 다양한 특별전 전시물들이 제작될 수 있을 것이다.

둘째, 제주항일기념관에 근무하는 학예사를 늘렸으면 한다. 학예사는 독립운동에 대한 연구와 전시 및 교육기능을 담당하는 전문가들로 현재 제주항일기념관에는 학예사가 1명(계약직)만 근무하고 있다. 학예사 혼자 기념관 행사를 기획하고 진행하다보면 연구기능이 약해질 수밖에 없는 것이 현실이다. 따라서 연구기능을 전담할 학예사 추가배치가 절실하다. 독립운동사를 전공한 전문인력 가운데 자격을 구비한 사람을 학예사로 초빙하는 방안도 있다.

셋째,  제주항일기념관은 독립유공자 확대에 주도적 역할을 해야 한다. 지난해 12월 독립운동에 참여했던 505명의 항일인사 가운데 독립유공자로 인정받은 148명을 제외한 357명은 증거부족을 이유로 독립운동 유공자로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이 사람들의 독립운동 행적에 대한 증거수집이 필요한데 이 업무를 독립운동사를 전공한 학예사가 전담할 경우 독립운동 미인정자들이 독립유공자가 될 수 있는 길을 마련해 줄 수 있을 것이다.

넷째, 일반 시민들과 청소년들이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제주항일기념관 프로그램 개발과 운영이 필요하다. 현재 기념관의 주된 이용층은 초등학생과 노년층이며 일반 시민들과 청소년들의 방문 비율은 그다지 높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따라서 일반시민들과 청소년들을 위한 프로그램과 전시물이 있었으면 한다. 일반시민 대상 '독립운동해설사 양성프로그램'과 청소년 대상 '독립운동 보훈캠프'도 방안이 될 수 있다. 올해는 법정사항일운동 100주년이 되는 해로 이를 기념해 제주항일운동기념관 광장에서 기념음악회를 개최하는 방안도 검토할 만하다.

다섯째, 제주도내에 산재한 독립운동 사적지에 대한 조사를 서둘었으면 한다. 독립운동 사적지는 독립운동에 참여했던 인사들의 집터, 건물, 묘지 등을 말하며, 법정사 항일운동지처럼 문화재로 등록돼있는 사적지는 제주특별자치도세계자연유산본부가 관리를 하지만 비지정 사적지의 경우, 보호를 받지 못한 채 대부분 방치되고 있어 더 늦기 전에 항일기념관이 독립운동 사적지 실태조사를 시작했으면 한다. 독립운동사적지는 지역의 정체성을 확인하거나 역사문화관광자원으로 활용가치가 높다.   

올해는 제주항일기념관이 새로운 모습으로 거듭나는 해가 됐으면 한다. 출범한지 20년이 됐으면 변신할 때도 됐다. 제주항일기념관 운영예산 확대와 전문인력 확충이 시급하다. 현재처럼 연간 5~6억 정도의 예산으로는 제주항일기념관을 변신시킬 수 없다. 독립운동에는 이념대립이 있을 수 없다. 지방선거에 출마한 후보자들과 국회의원들도 제주항일기념관 변신에 동참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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