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웅식 제주특별자치도 선거관리위원회 사무처장

민주주의를 공고히 하는데 있어서 다수가 참여하여 집단지성의 힘을 보여주는 한 가지 사례를 소개하며 이 글을 시작할까 합니다. 영국의 과학자이자 우생학의 창시자인 프랜시스 골턴이라는 사람이 있었습니다. 

진화론의 창시자인 찰스 다윈과 사촌지간이기도 한 그가 여행중에 시골의 가축 품평회 행사를 보게 됩니다. 참고로 골턴은 부모가 가지는 특성이 자식에게 전해지는 현상인 유전에 관심이 많았는데 인류의 진보와 발전을 위해서 열등한 사람이 태어나는 비율을 확인하고 우등한 사람이 탄생하는 비율을 높이기 위해 체계적인 노력이 필요하다고 주장하였습니다. 우생학을 창시한 배경입니다. 

다시 골턴이 보았던 가축 품평회로 돌아가서 그 행사에는 소의 무게를 알아맞히는 대회가 열립니다. 사람들이 표를 사서 자기가 생각하는 소의 무게를 적고 투표함에 넣는 것입니다. 나중에 소의 무게를 측정해서 가장 근접한 무게를 써 넣은 사람에게 소를 상품으로 주는 행사였습니다. 

골턴은 우매한 시장 사람들의 어리석음을 확인하는 재미로 지켜보았습니다. 사람들이 소의 무게를 써 넣은 종이를 확인한 결과 정확하게 맞춘 사람은 없었습니다. 

그런데 품평회에 참여한 800개의 표 중 숫자를 판독하기 어려운 13장을 제외한 787개의 표에 적힌 무게를 평균해 계산했더니 1197(542.9㎏)파운드였습니다. 실제로 측정한 소의 무게는 1198(543.4kg)파운드였습니다. 다수가 참여하는 집단지성이 빚어낸 놀라운 결과였습니다.  

다소 진부할 수는 있겠으나 집단지성을 얘기할 때 종종 소개되는 골턴의 일화를 꺼내 든 이유는 우리 제주에서 유권자의 참여척도인 투표율과 관련하여 우려스러운 현상이 나타나고 있기에 이를 알리고자 함에 있습니다. 

지난 지방선거만을 놓고 보았을 때 전국 평균 투표율이 48.8%로 최저였던 제3회 전국동시지방선거에서 제주의 투표율은 68.9%로 최상위권이었으나 제4회 67.3%(전국 51.5%), 제5회 65.1%(전국 54.5%), 제6회 62.8%(전국 56.8%)로 점점 투표율이 낮아지고 있는 추세입니다. 

반면에 우리나라의 전체 평균 투표율은 오르고 있는 추세임에도 말입니다. 물론 낮은 투표율이 유권자만의 탓일 수는 없겠습니다. 최장집 고려대학교 명예교수의 지적대로 투표율의 하락은 대안이 억압되어 있는 유권자의 절망적 항의로 이해되어야 한다는 말이 더 정확한 것일 수도 있겠습니다. 

그러나 선거 때만 되면 흔히 자신이 속한 정당 혹은 지지하는 후보자의 유불리에 따라 선거판을 진흙탕으로 만들려는 세력은 있기 마련입니다. 

당락만을 따지는 정당이나 후보로서야 그런 것이 유효한 전략일 수 있겠지만 그러함에도 불구하고 낮은 투표율은 대의민주주의의 정당성을 허무는 민주주의의 가장 큰 폐단이라 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장자크 루소는 "국민은 투표하는 날만 주인이고 투표가 끝나면 노예가 된다"고 대의민주주의의 허점을 꼬집었지만 투표 날 하루가 아니라 매일 주인이 되고자 한다면 적극적인 투표로 유권자의 집단지성을 보여주는 게 최선이 아닐까 싶습니다. 

자신이 속해 있는 사회에 관심을 가지고 적극적으로 참여할 때 민주주의를 이해하고자 하는 지적 욕구도 커지고 사회적 실천도 늘어나 우리사회의 민주주의가 한층 더 발전하게 될 것이라 믿습니다.

올해는 4·3 70주년이 되는 해이기도 합니다. '4·3정신'의 궁극적 지향점이 이 곳 제주에 진정한 민주주의를 뿌리내리게 하고 갈등과 반목을 넘어 더불어 잘 사는 상생의 실현이듯이 이를 위해서라도 다가오는 6·13 지방선거에 적극적으로 참여하여 주실 것을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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