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시개막을 앞둔 탓일까. 6일 오전 제주도문예회관 전시실에서 만난 라석 현민식 선생은 고희(古稀)의 나이가 믿어지지 않을 만큼 활기에 차 있었다.

 6일부터 10일까지 마련되는 고희기념 현민식 서화전은 문하생 21명이 스승의 고희를 기념해 마련한 것으로 묵향에 빠져 외길 인생을 걸어 온 그의 작품세계를 한 눈에 조명할 수 있는 뜻 깊은 전시회다.

 라석 선생은 칠순의 나이에 개인전을 여는 소감을 묻는 기자의 질문에 넉넉한 웃음을 지으며 “아쉬운 일이 어찌 없겠소만, 그래도 내가 걸어왔던 길을 보여주는 것도 괜찮다 싶어요”라고 말했다.

 “지금까지 서예는 대부분 틀에 박힌 글씨를 가르치고 배웠으며 공모전 역시 일정한 규격의 작품만 요구했다. 자연히 서예계 전체가 상투적인 틀에 갇혀 정형화돼 가고 있다”고 그는 안타까워했다.

 라석 선생은 따라서 “흑백의 조화로 이루는 예술의 경지로 끌어올리려면 다양한 서체, 개성 있는 글씨들이 나와야 한다”고 강조한다.

 라석 선생은 또 “서예는 사고의 폭을 넓히고 깊게 해준다. 요즘처럼 번잡하고 요란한 세상에 정말 좋은 취미다”라며 서예 예찬론을 펴기도 했다.

 50년이 넘는 서력(書歷)이지만 개인전은 이번이 여섯 번째. 내로라 하는 서예 대가들이 2∼3년에 한 번씩 개인전을 갖는 것과 대조를 이룬다. 그는 이에 대해 “서예는 마음을 닦는 과정이지 절대로 남에게 자랑하는 것이 아니다”라는 말로 대신했다.

 이번 전시회 출품작은 모두 99점. 다양한 서체의 작품과 함께 사군자는 색깔을 넣어 무미건조함을 달랬고 그림 옆에 싯귀나 긴 문장의 글씨를 써넣어 문인화풍의 취향을 보여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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