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효은 캘리그라퍼 개인전 ‘다 받아주니 바다라더라’
15~19일 도문예회관 2전시실…해녀 중심 제주 담아

해녀노래
제주바다는 소리쳐 울 때 아름답다
좀녀의 소금눈물

그저 때가 되면 피고, 또 지는 것 같은 꽃도 사실 침묵으로 말한다. 소리가 없는 것이 아니라 듣고자 하는 것들에만 입을 연다. 존재하는 것으로 하나의 목소리가 되고, 향기로 뜻을 전한다. 햇살이나 바람, 비, 눈 같은 것들도 침묵을 돕거나 또는 허무는 도구로 나름의 이유를 갖는다.

글도 마찬가지다. 활자로 뜻을 묶거나 크게 읽고 그 뜻을 음미하는 것으로 소리가 된다. 그리고 ‘글씨’로 소리를 만들 수도 있다.

김효은 캘리그라퍼는 ‘글씨’로 먼 바다를 가로 질러 섬에 닿는 대상군의 숨비소리를 낸다.

15일부터 19일까지 제주도문예회관 2전시실에서 열리는 개인전 ‘다 받아주니 바다라더라’를 통해 김씨가 꺼내놓은 것은 삶과 죽음, 희로애락, 회한과 성찰, 포용, 정화 같은 제주 해녀를 연상하면 떠오르는 단상을 함축한 것들이다. 역동적이면서도 모든 것을 다 품을 듯 여유 있는 제주해녀의 모든 것을 글씨를 통해 화면에 채웠다.

‘그 모든 것들이 제주라는 이름의 역사가 기억하기 위한 수단’이라는 작가 노트만으로 수긍이 간다. 바닷물 보다 짠 해녀의 소금눈물이 반짝이고, 소리쳐 울 때 더 아름답다는 바다가 슴벅거리며 세월을 토해낸다.

전시장을 돌고 나면 평생 바다와 함께 살았다는 노 해녀의 일생을 들은 듯 마음이 무거워진다. 그리고 차차 자유로워지는 것들이 그리워진다. 차마 제대로 알지 못했음에 은결드는 사정마저 고맙다. 문의=010-8466-23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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