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승화 제주사회복지공동모금회장

꼭 닮은 부자(父子)가 있다. 부자는 얼굴도 어찌 그리 닮았는지 모르겠는데 직업까지도 같았다. 대를 이은 부자의 직업은 최일선에서 국민의 안전과 재산을 보호하는 소방관이다. 사람을, 이웃을 사랑하는 심성마저도 그렇게 꼭 닮았던 부자가 올해 1월 제주사랑의열매 고액기부자 모임인 아너 소사이어티 회원으로 나란히 가입했다. 강상주·강기봉씨 부자가 그 주인공이다. 

그러나 아들 강기봉씨는 그 기쁨의 순간을 아버지와는 다른 공간에서 함께 할 수밖에 없었다. 지난 2016년 태풍 차바가 우리나라를 덮쳤을 때 울산에서 강물에 고립된 주민을 구조하다 순직했기 때문이다. 

순직 당시 나이는 29살. 전직 소방관 아버지 강상주씨가 구조현장에서 목숨을 잃은 아들과 함께 고액을 기부하며 연 초부터 도민사회에 큰 울림을 줬다.

지난 한 해 동안 제주에서는 故 신관홍 제주특별자치도의회 의장을 비롯해서 21명의 아너 소사이어티 회원이 탄생했다. 지난해를 마무리하며 양인석(세기산업㈜·세기레미콘㈜ 대표)·고윤정씨가 부부 아너 소사이어티로 가입한 데 이어 새해를 맞아 강상주·강기봉씨 부자가 전국적으로 올해 1·2호 아너 회원으로 가입해 사회에 감동을 선사했다.

강상주·강기봉씨 부자 등 자랑스러운 우리 제주인을 이 자리를 통해 소개할 수 있어 영광이다. 강씨 부자와 한 시대를 함께하고 있는 제주인이라는 것이 자랑스럽기 그지없다.

나눔문화는 세상을 바꾼다. 돈만 내는 것이 아니라 좋은 세상을 만들기 위한 지혜와, 합심을 이끌어내는 힘이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세상을 바꾸는 나눔에 참여하고 싶지만 아직도 큰 금액을 기부해야 한다는 부담감을 느끼거나 기부가 막연히 어렵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여전히 많다. 

기부는 특별한 사람들만 하는 것도 아니고 또 생각보다 어렵지도 않다. 제주사랑의열매는 나눔을 실천하고자 하는 모든 도민들과 함께 머리를 맞대고 방법을 찾아나가기 위해 언제나 개방돼 있다.

기부, 자원봉사 등 나눔문화가 활성화된 사회는 사회적 유대관계도 좋아진다. 역으로 사회적 소속감과 유대감이 높을수록 나눔사회도 높아진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또한 나눔문화는 마음건강증진까지 책임진다. 어릴 적부터 남에게 베푸는 행위를 하면 두뇌-장기 연결신경이 안정되어 스트레스가 낮아지고 이를 잘 견딘다는 연구결과도 있으며 성인 봉사자는 사망률 자체가 낮아진다. 하지만 본인에게 이로울 것을 찾는 자세가 아닌 순수한 봉사일 때만 건강증진 효과가 있다고 한다. 건강은 다른 사람을 돕고 사는 것에 대한 보너스일 뿐이다.

자랑스러운 제주인은 특별한 사람이 아닌 우리 주변의 평범한 이웃들이다. 나눔의 확산을 통해 제주사회의 유대감을 강화해주고 그 과정에서 수많은 자랑스러운 제주인의 탄생을 기대한다. 

그리고 모든 제주인이 나눔으로 하나되어 '모두가 함께 만들어나가는 더 나은 제주, 행복한 제주공동체'로 발전하는 선순환구조를 만드는데 제주사랑의열매가 앞장서 나가겠다. 

지금 이 순간에도 이웃에게 소리없이 나눔을 실천하고 있을  자랑스러운 제주인들께 경의를 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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