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주형 정치부차장

'학습효과'란 특정한 작업을 여러 번 반복함으로써 더욱 숙달되는 현상을 의미한다.

지난 10일부터 이어진 폭설로 도내 주요도로가 결빙됐으나 방재당국의 늑장 대처로 도민이 큰 불편을 겪었다. 특히 제주기상청은 지난 9일 '9∼12일 위험기상 전망' 발표를 통해 대설특보를 예고했음에도 제설작업과 대중교통 운행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 게다가 지난 2016년 1월 폭설로 적잖은 피해를 보았음에도 제설 장비 보강 등 자연재해에 대한 준비가 부족했다는 지적을 받았다. 이번 폭설로 허술한 제주도 방재시스템의 민낯이 드러난 것이다.

2년 전 제주도가 보유했던 제설작업 차량은 제주시 5대, 서귀포시 3대였고, 제주도 16대 등 24대였다. 그러나 당시 행정시가 보유했던 제설 장비 가운데 4대 가량은 사용 연한 10년이 지난 낡은 장비로 확인됐다. 제설 장비 상황은 2년이 지난 올해도 달라진 것이 없다. 도내 제설 차량은 제주도 16대, 제주시 5대, 서귀포시 5대 등 모두 26대다. 2년 전과 비교했을 때 서귀포시에 2대가 보강됐다. 하지만 제설작업 차량 1대는 정비 중이었고, 4대는 고장으로 이번 제설작업에 투입하지 못했다. 2년 전보다 제설작업 차량 대수는 늘었지만 현장에 투입된 장비는 오히려 줄어든 셈이다.

폭설이 내리기 1달 전에 제주도는 "동절기 제설 대책 기간 동안 '컨트롤 타워'의 역할을 수행할 방침"이라며 대대적으로 홍보했다. 도는 당시 보도자료를 통해 "도로 결빙 때 장비와 인력이 부족한 행정시 제설작업을 지원하는 것은 물론, 국지적 폭설에 따른 도로제설 작업 때 도·행정시에서 보유한 제설 장비를 탄력적으로 운영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도는 이번 폭설로 도민 민원이 폭증하자 "제주도가 담당하는 제설작업 도로가 18개 노선에 795㎞나 된다"며 "장비를 모두 투입했고, 공무원들은 쉬지 않고 제설작업에 참여했지만 워낙 눈이 많이 내려 제설작업이 지연됐다"고 하소연했다.

2년 전 폭설을 경험한 데다 올해도 기상당국의 폭설 특보 예고가 있었지만 도민 피해와 불만은 그대로였다. 제주도는 자연재해 대비책보다 어떻게 해명하면 되는지만 배운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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