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영 작.

돌문화공원 기획전 '비움, 채움-제주다움'
~28일, 오백장군갤러리서 5명 작가 참여

'새해'라고 덥석 받기는 했지만 어디까지 내 것인지 아직 낯설다. 선 듯 시작 날, 끝 날 구분 짓지 못 한다. 태초에 제주라는 섬이 생겼던 그 때부터 겹겹이 쌓여 체화한 신화라 불리는 것들에 명분을 묻는다. 몸을 낮춰 귀에 담은 것은 답이 아니라 질문이다.

제주돌문화공원이 오백장군갤러리에서 오는 28일까지 진행하고 있는 기획전 '비움, 채움-제주다움'은 바쁘다는 이유로 몇 장 적다 던져둔 메모장 같은 느낌을 준다.

전시장에는 작가들에게 '무엇'을 물었더니 나온 대답이다. 설문대할망이 제주를 만들며 꿈꿨던 것들부터 신화라는 이름으로 전해진 것들, 그리고 오늘을 사는 사람들이 잊고 있는 것들이 말 그대로 즐겁게 논다. 500명이나 되는 아들들이 한꺼번에 배를 채웠으니 밥그릇도 500개(현미정 작가)가 있었을 테고, 건강·사랑·행복·꿈·복의 씨를 담은 제주 돌의 영험함(조윤득 작가)이 데굴데굴 굴러 섬의 테를 만든다.

낮고 완만한 곡선으로 사랑스럽기까지 한 오름들이 해·달·별을 대신해 시간과 계절, 삶을 얘기(이미영 작가)하는가 하면 99개의 노력으로도 채우지 못했던 비움 한 조각의 지혜를 담은 500마리 나비의 날갯짓이 옷고름을 타고 바람이 된다.(오운자 작가)

자신을 희생하며 자식을 지키려 했던 어머니와 그 어머니의 사랑에 목놓아 울다 돌이 됐다는 설문대할망과 장군바위의 전설이 신목을 통해 다시 숨을 토한다.(송창훈 작가)

한참 전시장을 돌고 나면 작가들이 받았던 질문이 뭔지 알게 된다. 지금 눈 앞의 것이, 그 안에 채워지는 것이 제주가 맞는지 하는 원초적이면서도 어려운 물음이다. 다섯 작가를 통해 답 일부를 미리 확인했으니 나머지를 채우는 것은 각자의 몫이다. 문의=710-77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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