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방선 제주제일고 부설방송통신고 교장

21세기는 백세시대이다. 나이가 들어도 무엇인가를 배워야 하는 시대다. 정규교육과정의 학습 기회를 놓친 사람들에게는 배움이 더욱 간절할 수밖에 없다. 

방송통신고등학교는 그런 분들에게 좋은 배움의 장이다. 방송통신고등학교는 경제적 여건이나 개인적인 사정으로 고등학교에 진학하지 못한 사람들에게 방송·정보통신에 의한 원격수업과 출석수업을 통해 고등학교 교육과정을 이수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우리학교는 이와 같은 목적을 수행하기 위해 1975년에 개교해 올해 41회 졸업생을 배출한다. 

우리학교에 재학 중인 학생층은 17세 청소년부터 79세 어르신에 이르기까지 골고루 분포돼 있다. 정규교육활동에 적응하지 못해서 새로운 배움의 과정을 선택한 어린 학생, 직장생활을 하면서 늦게나마 대학진학의 꿈을 가진 젊은 학생 그리고 어린 시절 학습 기회를 놓쳤지만 배움의 열정만큼은 식지 않은 나이든 학생들이다. 종사하고 있는 직종 역시 다양하다. 청소년들은 주로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고 30, 40대 젊은이들은 직장생활을 하거나 가정살림을 겸업하고 있는 주부들이다. 50, 60대 만학도들은 자영업·봉사활동을 하면서 배움의 기회를 다시 찾은 학생들이다. 이들의 공통점은 가정과 학교와 사회에서 1인 3역의 힘든 생활을 하면서도 늘 배움의 과정에 최선을 다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학교교육의 실질적 목표가 연령층에 따라 다르다. 10대와 20대들에게는 인간으로서 살아가는데 필요한 능력을 배양시키는 것이 목표다. 사회에 나갔을 때 자신에게 주어진 일을 감당하고 처리할 수 있는 생존능력을 키워주는 것이 교육의 주안점이다. 30대와 40대들은 학문적 욕구가 높은 연령층이어서 대학진학을 준비하는 과정이 교육의 목표다. 잠재된 능력을 계발해 대학에서 전공 과정을 이수함으로써 새로운 직업에 도전한다. 50대와 60대들은 자신의 공부를 접어두고 일생 동안 가정과 사회를 위해서 헌신했던 사회의 역군들이다. 이들에게는 백세시대를 맞이해 인생 이모작에 따른 새로운 인생 목표를 정립할 수 있도록 지원해 드리는 것을 교육의 목표로 삼고 있다.

이와 같은 목표 달성을 위한 선생님들의 열정도 각별하다. 담당 선생님들은 교육경력이 많아서 학습지원뿐만 아니라 인생에서 겪게 될 삶의 고충과 애환을 함께 고민하고 해결해 주는 인생 멘토 역할을 담당한다. 

학생들은 동급생끼리 멘토·멘티를 결성해 출석을 독려하고 학교생활의 어려운 점을 같이 풀어 나간다. 학생회 활동 역시 활발하다. 각종 교외 활동의 기획·실행과정이 오롯이 학생회 주관으로 이루어지고 있다. 

이와 같은 교육활동의 결과로 작년에는 졸업생 119명 중 4년제 대학 7명, 2년제 전문대학 49명, 방송통신대학 8명 등 64명이 진학하여 53.8%의 진학률을 보였다.  

우리학교는 보통사람들의 학교다. 소소한 것에도 큰 행복을 느끼는 가슴 따뜻한 사람들이 다니는 학교다. 힘들 때 위로해 줄 다정한 친구들이 있고 어려울 때 인도해 줄 훌륭한 선생님이 있고 선생님과 학생이 항상 사제동행하는 인간미 넘치는 배움의 공간이다. 우리학교는 기초 과정을 통해 단계적으로 공부할 수 있는 배움의 장이고 인생의 아픔을 함께 나눌 수 있는 우정 교류의 장이며 다양한 직업 정보를 교환할 수 있는 사회생활의 장일 뿐만 아니라 바쁜 와중에 잠시 쉬어 갈 수 있는 낭만과 여유의 공간이기도 하다. 

혹시 지금도 어려운 환경으로 학습의 기회를 놓치신 사람들 중에 배움에 대한 두려움을 가진  분이 계시다면 용기를 내어 과감하게 도전할 것을 권한다. 방송통신고등학교에서는 배움에 대한 열정만 있다면 어떤 어려움도 극복할 수 있으며 사람 향기 솔솔 나는 따뜻한 삶의 의미를 함께 나눌 수 있다.

저작권자 © 제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