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현국 '정물'.

기당미술관 소장품전 '꽃 : 찰나의 아름다움'
소장 664점 중 30여점 골라…감정·계절 연결

'멀리서 무심히만 있는'별을 그리다 가슴에 꽃을 피웠다 했던가. 어떤 기척도 없이 툭하고 놓아버린 꽃잎에 스스럼없이 전율하고 순간 뒷목을 낚아채는 옅은 향기에 숨을 멈춰봤던 기억은 벌써 오래됐다. 

윤동주 시인의 동생이자 건축사였던 윤일주 시인의 마음으로 들어가 우연인 듯 찾아와 설렘이란 감정을 흔드는 자리가 하필 이 계절에 왔다.

기당미술관(이하 미술관)이 19일부터 내달 27일까지 진행하는 '꽃 : 찰나의 아름다움'이다.

미술관이 소장하고 있는 664점 중 주섬주섬 골라낸 '꽃'그림만 30여점이 된다.

윤동주·일주 형제 이야기를 꺼낸 이유도 꽃에 있다. 형과 10살이나 차이가 나는 윤일주 시인은 "…꽃은 따 가슴에 꽂고/꽃씨는 입김으로 불어봅니다/가벼이 가벼이/하늘로 사라지는 꽃씨/-언니도 말없이 갔었지요"(동시 '민들레 따라'중)하며 먼저 간 형을 그렸다.

수장고에서 말없이 피고 지는 꽃들도 알고 보면 누군가의 애틋한 사랑이고, 오래 참았던 그리움들이다. '찰나'만 내어주는 듯 느껴지나 그 짧은 순간은 쉬이 반복되고 차곡차곡 포개진다.

한국화, 서양화 하는 구분이 있을 뿐 필 꽃을 기대하고, 만개한 꽃에 취하며, 진 꽃을 아쉬워하는 마음에는 경계가 없다. 전시는 정기휴관일인 월요일을 제외하고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 관람할 수 있다. 관람료는 일반 1000원, 청소년 및 군인 500원, 어린이 300원이다. 문의=760-35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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