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승현한의사·한의학자문위원

제주도에서 성장클리닉을 운영하다보니 많은 부모와 아이들을 직접 상담하게 된다. 그런데 상담 과정에서 아이들이 엄마를 바라보는 눈빛이나 아이가 하는 몸짓과 표정, 그리고 아이 엄마가 아이를 바라보는 시선만 관찰해도 어느 정도 아이가 어떻게 자라는지 짐작 할 수 있다. 

상담을 하면서 아이에게 질문하면 아이가 대답하기도 전에 엄마가 대신 대답하는 경우도 많고 심지어 아프다고 하지 않는데도 "우리 아이가 최근 이런 증상들이 있는데 이건 무슨 병이냐"고 심각한 표정으로 물어보시는 분들도 있다. 

대부분 하루 생활 그래프는 엄마의 욕심대로 짜여져 있고  자녀가 엄마의 욕심대로 해내지 못하면 엄마는 쉽게 화를 내곤 한다. 

다 아이가 잘 되라는 뜻에서 노력하는 거라고 하지만 아이들은 그렇다고 잘 자랄까.

스트레스는 만병의 근원이다. 그건 아이에게도 똑같이 적용이 된다. 특히 아이들은 부모가 제공하는 집이라는 공간에서 생활해야하기 때문에 엄마 아빠에 대해 끝없이 수동적으로 변할 수 있는 약한 존재이다. 부모가 기운이 세면 그만큼 아이는 기운이 작아질 수밖에 없다. 한의학에서는 아이들을 일컬어 '소양지기(少陽之氣)'가 있다고 한다. 작지만 양의 기운을 가지고 있는 것이다. 여기서 작을 소(小)가 아닌 적을 소(少)자를 쓰는 이유는 앞으로 점점 더 자라날 수 있는 잠재력을 가졌다는 뜻이다. 앞으로 무럭무럭 자라날 수 있는 잠재력이 있는 속이 꽉 찬 양의 기운인 것이다. 만약 부모의 기운이 너무 세다면 아이는 결국 허약하게 자라나게 될 수밖에 없다.

내가 아이를 대하는 말과 몸짓이 혹시 나의 욕심은 아닌지 그리고 그 욕심으로 인해 오히려 아이의 몸과 마음이 자라는데 방해가 되는 것은 아닌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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