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윤정 제주국제대학교 경영학과 교수·논설위원

지난주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개최된 세계 최대 IT 가전전시회(CES)에서는 사람과 환경이 연결되는 '스마트 시티'가 최대 화두로 떠올랐다. 연결의 속도가 더욱 빨라지는 기술의 축적이 이루어지면서 더 많은 새로운 경험의 시대를 예고했다. 기업들이 내놓는 진보된 기술의 결과물인 새로운 상품을 통해 우리의 미래 생활을 가늠해보는 것도 큰 즐거움이다.

이번 전시회에서는 소니(SONY)의 '아이보(aibo)'라는 로봇 강아지가 큰 관심을 끌었다. 반려견으로 대체하고자 했던 기대에 미치지 못해 2006년 판매중단이 됐으나 11년 만에 인공지능을 탑재해 접촉할수록 매력 넘치는 반려견이 돼 돌아왔다. 스스로 주위 환경을 파악해서 익숙해질수록 더욱 적극적으로 행동하고 자주 눈을 마주칠수록 친근감을 더 많이 표시하는 등 실제 강아지와 감정 교류하는 것과 같은 경험을 그대로 준다고 한다. 

이름을 부르면 응답하고 주인의 감정을 읽고 행동하는 이 똑똑한 강아지는 물질만능 시대에 인간이 무엇에 마음을 두고 함께 희노애락을 나누게 될 지 미리 예측한 결과이기도 하다. 변심하지 않으면서도 인간이 원하는 대로 조작 가능한 로봇의 특성과 감정을 나눌 수 있는 강아지의 장점만을 모아 상품성을 극대화함으로써 인간이 진정으로 원하는 것을 만들어냈다. 

산업혁명기마다 진보한 기술만큼 자신에 집중하고 자아를 찾기 위한 노력이 반복돼 왔다. 4차산업 혁명기인 현재도 자신의 진정성을 보여주고 타인의 진정성을 확인하면서 관계를 지속하고자 하는 인간의 본원적인 욕구가 더욱 절실해지는 시점이다. 그러한 이유로 진정성의 훼손으로 인한 실망을 사전에 차단할 수 있는 장치를 마련한 로봇 강아지는 탁월한 상품이라 할 수 있다.  

'진정성'에는 정직하고 진실하며 성실하고 착하다는 내용이 포함돼 있는데 결국에는 본질적인 것이 주는 감동의 탁월함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한 점에서 한 주에 한 가지 책만 판매하는 일본의 모리오카라는 서점이 눈에 띈다. 매주 판매하는 책의 주제에 맞춰 작품을 전시하고 매장의 콘셉트를 바꾸지만 주제에 집중하기 위해 수시로 변화하는 이 작업이야말로 서점이 추구하는 가치를 분명하게 보여주고 있다. 

아예 진정성이라는 단어를 상호로 삼은 카페도 있는데 지난해 40억원 이상의 매출을 기록했다. 물론 우직하게 시간과 원료에 공들이는 과정을 눈여겨 본 소비자들에게 신뢰를 심어줬기에 가능한 성과다. 그래서 진정성은 자신의 정체성을 그대로 보여주고 내가 누구인지 알려준다. 특히 브랜드가 진정성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고객들이 진정성에 대한 욕구를 어떤 방식으로 소비하며 해소하는지 확인하는 것이 중요하다. 명품·유명브랜드를 주로 취급하던 백화점에 길거리 로드숍이나 SNS에서 유명해진 브랜드들이 입점하게 된 것도 이를 반영한 전략이다. 구매는 온라인에서 이루어지지만 오프라인 환경에서 진정으로 기대하는 내용이 분명히 존재함을 이해한 것이다. 

4차산업혁명 시대는 다양한 기술이 융합돼 협업한다는 특징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기술적 도구들로써도 감동을 줄 수 있는 것은 이처럼 사용할 대상들의 진정성에 대한 욕구를 빠르게 연결시킬 수 있는 네트워크의 질적 수준이 높아졌기 때문이기도 하다.

우리는 살아가는 환경과 공간이 우리의 삶에 어떤 영향을 끼치며 삶의 모습을 어떻게 만들어 가는지 잘 알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살아가거나 만들어지는 장소를 기준으로 대상을 평가하려는 경향이 있다. 우리가 살고 있는 '제주'라는 도시도 본질적이고 매력적인 진정성을 느끼기 이전에 현재 보여지는 모습만으로 제주를 짐작하게 된다. 결국 제주라는 공간에서 삶의 본질을 이루는 진정성이 제주의 콘셉트고 정체성이라고 할 수 있다. 제주의 진정성을 느끼게 할 수 있다면 제주 마케팅을 하지 않아도 저절로 매력적인 도시로 손색이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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