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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론 다정한 엄마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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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2-03-07 (목) 20:47:28 | 승인 2002-03-07 (목) 20:47:28 | 최종수정 (목)
 개나리가 노랗다고? 아니야 현이는 빨간 개나리를 좋아했어.

 꽃은 누가 뭐래도 빨간 색이어야 했지. 미술 시간이면 항상 개나리를 빨간 색으로 칠하고 나서 "예쁘죠?" 하고 조심스레 묻던 아이. 3월 어느 날 금방이라도 비가 쏟아질 듯 하늘이 먹구름에 싸여 짜증을 부리던 날이었다.

"현아, 우산 있니?"

 하교시간이 되자 현이부터 챙겼다. 다른 애들보다 지능이 떨어져서 특별한 관심을 갖고 지도하고 있는 터였다.

 "어떡하나, 선생님이 버스비 줄 테니까 버스 타고 갈래?"

 "버스"라는 말 때문이었는지 함빡 웃음을 머금으며 "예!"하고 힘차게 대답했다. 현이가 좋아하는 모습을 보며 "역시 나는 좋은 선생님이야" 은근히 우쭐한 생각이 들었다. 퇴근 후 현관에 들어서자마자 전화벨이 요란스럽게 울렸다. 수화기 속에서 현이 어머니의 다급한 목소리가 귓가를 파고들었다. 동네를 다 찾아봐도 현이의 그림자도 찾을 수 없으니 어떻게 하면 좋겠냐며 울음 섞인 목소리로 내게 물었다.

 "현이 어머니 걱정마세요. 버스를 탔을 테니 집에는 잘 갔을 거예요. 동네에서 놀고 있겠죠"

 "예? 아이고, 큰일 나쪄. 현인 혼자 버스 탈 줄도 모르는디(모르는데) 어떵허코게(어쩌지)?"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아이의 특성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채 아이에게 무턱대고 교통비를 주며 자만심에 빠졌던 나. 부끄러움과 후회가 가슴 밑바닥에서부터 차고 올라왔다. 현이가 아무 일 없이 돌아와 주기만을 간절히 바랄 뿐이었다. 버스회사에 전화를 걸어 하교 시간대에 혹시 그런 여자 애를 태워 주신 기사 분이 있는지 알아봐 달라고 부탁을 하고는 발만 동동 구르고 있었다. 두 시간쯤 지났을까. 버스회사에서 연락이 왔다. 그런 여자 애를 태워준 기사가 있는데 종점에서 내렸다는 것이다. 현이 아버지께서는 종점 근처에 가서 찾아보기로 하고 우리는 혹시나 하는 마음에서 집에서 기다리기로 했다.

 어느새 어둠은 내려앉기 시작하고 흐르는 시간 속에서 얼마나 가슴이 바싹바싹 타들어 갔는지 모른다. 얼마쯤 지났을까. 배시시 웃으며 아무 일도 없다는 듯이 현이가 대문으로 들어왔다. 뒤에는 웬 남학생이 현이의 가방을 들고 따라 왔다.

 "현아-"

 현이 엄마보다도 먼저 현이를 와락 끌어안았다. 눈물이 왈칵 쏟아졌다. 잃어버렸던 자식을 되찾은 부모의 마음이 이런 것일까. 공중 전화 부스 안에 쪼그리고 앉아 있는 현이를 발견하고 물어물어 힘겹게 집을 찾아 왔다는 말을 들으며 그 학생에게 고맙다는 인사를 몇 번이고 반복했다. 그렇게 현이는 우리들 품으로 돌아왔다.

 항상 아이들에 대해 잘 알고 있다고 자신감에 빠져있던 나에게 따끔한 일침을 가한 사건이었다. 틈만 나면 아이들과 대화시간을 가져보려고 애쓰는 것도 바로 이 일 때문이다. 그리고 대화를 하다 보면 아이들과 거리감이 없어지고 정이 더 깊어지는 것 같다. 그러다 보면 아이들은 내가 엄마로 보일 때도 있나보다. "선생님!"하고 불러야 할 때 "엄마!"하고 불러놓고는 머쓱해져서 혀를 쏙 내미는 아이들도 있다. 그래도 나는 엄마라고 부르는 아이한테 부드럽게 대답해 준다. 다정한 엄마처럼….<김영미·동광교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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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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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게임 2007-06-30 01:53:16

    게임방에 갈 필요가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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