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영삼 UNITAR 제주국제연수센터 소장

요즘 유행어 중 하나가 '지속가능'이다. 2015년 유엔 특별총회에서 17개의 '지속가능 발전 목표'가 채택된 이래 널리 퍼지고 있다. 이에 따라 관광 분야에서도 '지속가능 관광'이 주요 논제로 거론되고 있다.

유엔 세계관광기구가 정의한 바에 따르면 지속가능 관광이란 관광에 있어서 경제, 사회, 환경적 영향을 고려하면서 방문객, 산업, 환경, 관광지 커뮤니티가 요구하는 바를 배려하는 것이다. 쉽게 말하면 '관광객들이 최고의 자연 환경에서 최적의 상태로 쉬고 즐김으로써 다시 찾기를 희망하고 관광 산업이 지속적으로 경제적 이윤을 내는 상태'가 아닐까 싶다.

제주도 자연은 그 전체가 보석이다.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 생물권보전지역, 세계지질공원, 세계 7대 자연경관 선정 등 국제적 인정이 이를 증명한다.

그러나 자연 환경만으로는 관광이 직면한 새로운 도전에 대응할 수 없다.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으로 지정된 곳은 세계 도처에 있지만 일부 개발도상국에서의 관리 실태는 허술하기 짝이 없다. 유산 자체에 대한 관리 소홀은 물론 주변 마을의 난개발로 인해 세계유산이라는 이름에 걸맞지 않는 조악한 상태로 방치된 곳이 많다. 행정 당국이나 주민이 관리에 조금이라도 무신경하면 그리되기 십상이다.

또 "주민들을 조용히 살게 내버려 달라"는 아우성이 급속히 퍼지고 있는 상황에도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관광의 경제적 측면에 치우쳐 야기된 오버투어리즘의 부작용으로 베네치아, 바르셀로나 등 세계 유명 관광지 몇 곳에서는 주민들의 관광객 거부 조짐이 일고 있다. 관광객 수 관리가 주요 변수가 되고 있다. 이는 제주도에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그렇다면 천혜의 조건을 갖춘 제주도의 지속가능 관광을 현실화할 방안은 무엇일까. 바로 모든 것을 망라한 종합적이고 장기적인 계획을 세우는 것이다. 한라산 백록담에서 우리나라 최남단 마라도까지 제주도 전체를 아우르는 '제주도 명품 만들기' 프로젝트에는 도민과 전문가들이 머리를 맞대어 마스터플랜을 만드는 것이 최우선이다.

마스터플랜에는 단기, 중기, 장기 계획으로 나뉜 단계적 접근이 필요하다. 알프스 산악 마을을 보면 지붕 색깔이 대체로 통일을 이루어 마을이 주변의 초목과 조화를 이루고 있다. 이를 제주도에 도입한다고 가정해보자. 지붕 색을 맞추는 것은 5~10년의 단기적 노력으로 해결이 가능할 것이다. 다음으로 건물의 모양과 높이 등에 대한 규제는 20~30년의 중기 계획으로 해결되리라 본다. 이보다 더 어려운 구역별 개발은 50~100년의 장기 계획에 따라 시행하면 된다. 우리 세대에서 이러한 마스터플랜 시행을 무리하게 서두를 필요가 없다. 안 되면 우리 손자 세대에서라도 제대로 완성될 수 있게 하면 된다. 지금은 장기 청사진 마련에 집중하자.

관건은 정책 일관성 유지다. 마스터플랜의 원칙이 지켜질 수 있도록 정치권이 나서야 한다. 여러 나라에서 정권이 바뀌면 전 정부의 훌륭한 정책이 파기되는 경우를 보아왔다. 그러나 마스터플랜에 대해 여야가 당리당략을 떠나 심도있는 토론을 거치고 주민들이 공감할 수 있는 장기 계획을 확정한다면 사정은 사뭇 달라질 수 있다. 제주 올레가 지속가능 관광을 견인할 수 있게 한 가장 큰 동력은 올레길 조성의 원칙에 공감하는 사람들의 관심과 지지였음을 명심할 필요가 있다.

일관된 정책으로 예측성이 확보되면 이에 기초한 안정적 투자가 이루어진다. 이처럼 나라의 장래를 내다보고 백년대계에 대해 의견을 모으는 것이 가장 중요한 정치 개혁일 테다. '제주도 명품 만들기' 프로젝트도 이러한 신뢰에 바탕을 둔 정치권의 합의로 추진해보자. 100년 후 제주도가 명품 섬이 되면 우리 자손들이 할아버지, 할머니의 지혜로 시도했던 과감한 장기 계획의 열매를 딸 수 있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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