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시 한림항에 정박해있는 어선들. 자료사진

한림항 내 소화전 전무…화재 대비 허술
어민 등 수차례 요구에도 행정 묵묵부답
관리 항만 소방시설 현황조차 파악 못해

제주지역 주요 항만이 행정당국의 무관심으로 화재 위험에 노출되고 있다.

어민들의 소화전 설치 요구에도 수년째 뒷짐만 지고 있는데다 항만 내 소방시설에 대한 현황조차 파악하지 못하고 있는 등 안전불감증을 여실히 드러내고 있기 때문이다.

한림어선주협회 등에 따르면 현재 제주시 한림항 동쪽 부지에는 소화전이 단 1개도 설치되지 않고 있다.

소화전은 상수도의 급수관과 소화호스를 연결하는 소방시설로, 화재 발생 시 초기 진압에 주효하다.

한림항 동쪽 부지에는 최대 200여척의 어선들이 정박하고 있으며, 어선들의 연료 공급을 위한 유류 탱크도 설치돼 있다.

정박 중인 어선에 화재가 날 경우 인접해 있는 다른 어선들로 불이 확산되는 등 대형화재로 이어질 우려가 큰데다 인근에 유류 탱크까지 있어 화재 예방을 위한 장치가 반드시 필요하다.

이에 따라 한림어선주협회를 비롯한 지역 어민들은 지난 2015년부터 제주시를 비롯해 서부소방서 등 소방당국에 소화전 설치를 요구했지만 현재까지 반영되지 않고 있다.

한림어선주협회 관계자는 "항만 구조 상 정박 어선들이 다닥다닥 붙어 있어 불이 날 경우 대형 화재로 확산될 수밖에 없다"며 "소화전이 설치되면 화재 즉시 선원들이 소방호스를 연결해 소방차가 오기도 전에 초기에 진압할 수 있는데도 제주시는 어민들의 요구에 묵묵부답이다"고 토로했다.

사정이 이런데도 제주시는 올해 예산에 소화전 설치를 위한 예산을 반영하지 않았는데다 관리 항만에 설치된 소방시설에 대한 현황조차 파악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제주시 관계자는 "23일 제주시청에서 열린 원희룡 지사 연두 방문에서 한림항 소화전 미설치 문제가 제기됐다"며 "추경을 통해서라도 예산을 확보해 빠른 시일 내에 소화전을 설치하겠다"고 말했다. 고경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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