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욱 한의사·한의학자문위원

이번에는 체질에 대한 오해나 편견에 대해 얘기해보자.

'소음인(少陰人)이니 몸이 차고, 소양인((少陽人)이니 몸에 열이 많다' 이는 체질의학에 쓰이는 음(陰)과 양(陽)의 표현에 대한 오해다. 체질의학에서 음과 양은 단지 용어일 뿐이며 한의학에서 말하는 음인(陰人)과 양인(陽人)과는 무관하다. 그러므로 소양인이라고 모두 몸에 열이 많은 것은 아니다. 손발이 찬 소양인의 비율은 실제로 소음인만큼이나 많다.

'소화가 안 되면 소음인. 하체가 실하면 소음인.' 소음인은 대체로 위산분비량이 적아서 소화력이 떨어지는 경향이 있으나 소화불량을 겪지 않는 건강한 소음인도 있다. 잦은 스트레스에 노출된 소양인은 식도염과 위염의 빈도가 무척 많은데 내원한 만성 소화불량 환자 중 많은 이들이 이에 속한다. 변비가 심하거나 장(腸)이 하수(下垂)된 소양인의 경우에도 허벅지가 튼실해 보인다. 불규칙한 식생활과 수면패턴을 가진 소양인의 다수가 하체비만에 시달린다.

'독선적이면 태양인. 소심하면 소음인. 게으르면 태음인. 싫증 잘 내면 소양인.' 대표적인 오해가 성격으로 체질을 논하는 것이다. 상황에 대한 반응패턴은 유의성이 있으나 이 또한 단정하여 말할 수 없다. 임상에서 성격은 부모 양쪽에서 받는 것으로 관찰된다. 정반대의 체질을 가진 부모에게서 난 아이는 전형적인 체질성격과 달리 나타나는 경우도 흔히 보인다. 게으른 태양인, 조급한 소음인을 얼마든지 볼 수 있다.

단편적인 관찰로 체질을 확진할 수 없다. 한의사가 진단을 해도 본인 스스로 섭생을 하면서 스스로 몸을 관찰해야 한다. 한의사들조차 스스로 체질을 확진하기까지 오랜 시행착오의 경험이 있다. 이처럼 어려운 것이 체질진단이나 제대로 알게 되면 그때부터 새로운 인생을 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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