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동완 경기대학교 관광개발학과교수, 논설위원

새해 벽두부터 비트코인으로 대표되는 가상화폐 논란이 뜨겁다. 가상화폐의 가격이 폭등하는 등 투기적 양상이 나타나자 정부의 거래 규제 방침이 발표되면서 정치권은 물론 사회 전반에서 논란과 논쟁의 강도가 점차 증대되고 있다. 가상화폐에 대한 정부의 인위적 규제의 부당함을 주장하는 청와대 국민청원 참가자가 21만명을 넘어섰다.

뜨거운 논란에도 불구하고 가상화폐에 대해 이해하는 우리 국민은 몇 명이나 될까. 가상화폐라는 용어 자체도 어려운데 블록체인 등 점점 어려운 용어가 나오고 가상화폐에 대한 거래 규제가 4차 산업혁명에서 뒤떨어지게 할 수 있다는 주장까지 이어지고 있으니 가상화폐를 알려고 하면 할수록 오리무중이다. 이러니 우리 사회의 가상화폐 열풍이 투자인지 투기인지, 거래를 규제해야 하는지, 가상화폐 세상이 신세계인지 신기루인지 논쟁 또한 남의 이야기가 될 뿐이다.

기본적으로 가상화폐는 실물과 발행 주체가 없이 가상공간에서 개인과 개인이 결제하는 전자화폐를 말한다. 하지만 가상화폐는 우리가 알고 있는 카카오페이 같은 가상공간에서 결제할 수 있는 온라인 지급 결제 수단을 모두 포함하기 때문에 비트코인 등을 가상화폐라고 부르는 것은 용어의 정의에 문제가 있다. 따라서 최근의 비트코인 등 가상화폐 논란은 범위를 좁혀 암호화폐라고 부르는 게 정확하다는 주장은 일리가 있다.

비트코인은 중앙 집중적 통제에 기반하는 기존의 화폐 체계에 대한 불신에서 이상적인 화폐를 구현하려는 동기에서 개발한 이용자들끼리 수평적으로 상호 연결되는 P2P 네트워크 기반의 전자 금융거래 시스템이자 새로운 화폐다. 

비트코인의 발행 및 거래 내역은 중앙 서버가 아니라 이용자들의 컴퓨터가 구성하는 네트워크에 존재하는데 이를 블록이라 하고 그 연결을 블록체인이라 한다. 즉 블록체인은 비트코인, 즉 암호화폐의 플랫폼으로 향후 경제 및 금융시스템은 블록체인을 활용한 4차 산업혁명의 발전으로 이어진다는 것이다. 이렇듯 암호화폐나 블록체인 기술은 거래 시스템을 국가와 정부의 통제에서 개인과 개인이 수평적으로 연결되는 진정한 민주적 시스템을 지향한다는 점에서 인류의 발전으로 칭송할 수도 있을 듯하다. 

하지만 2009년에 비트코인을 처음 만들었다는 사토시 나카모토가 여전히 정체불명의 인물이듯 암호화폐가 법적 지급수단을 갖지 못한다는 점에서 화폐의 교환성과 기능에 대하여도 여전히 의문이 계속되고 있다. 심지어 한 작가는 가상화폐 광풍은 투기라고 단정하고 비트코인은 사회적, 생산적 기능이 하나도 없다면서 보다 과격하게 그냥 엔지니어의 아이디어로 나타난 이상한 장난감을 갖고 사람들이 도박을 하고 있다고 일갈했다. 

국내에서 가상화폐, 엄격하게는 암호화폐 논란이 계속되는 가운데 세계 각국에서 대체로 규제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중국은 이미 거래금지라는 초강수 규제를 시행했고 프랑스와 독일은 공동으로 규제방안을 수립하기로 했다. 비트코인 등 암호화폐가 결재수단과 투자자산으로서 생존할 수 있는가에 대한 논쟁은 더욱 커지고 있으며 쇼핑·숙박 등에서 비트코인을 지급 결제수단으로 사용해 왔던 비트코인 성지라는 발리에서도 결제수단 사용을 전면 금지했다.  

최근 가상화폐 논란은 투기는 잡고 블록체인 기술은 육성해야 한다는 점에서는 대체로 의견을 같이 하고 있다. 이 둘을 분리할 수 있는가에 대하여는 견해가 엇갈리고 있다. 폭락장세에서 버틴다는 존버나 한강 가즈아라는 우스갯소리는 애교스럽지만 최근의 논란을 올바른 방식으로 진정시키는 경험이라고 강변하는 암호화폐 지지자의 주장은 지극히 불안하고 불쾌하다. 화폐는 근원적으로 결제수단이어야 하며 투기의 신기루가 우선 될 수는 없다. 교각살우가 아니라 투기와 광풍은 규제하면서 원천기반 기술을 4차 산업혁명으로 발전시키는 지혜와 전략이 요구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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