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희 편집부장 대우

"스프링클러만 있었더라면…". 지난해 12월 29명의 생명을 앗아간 제천 스포츠센터 화재에 이어 또다시 안타까운 일이 일어났다. 지난 26일 오전 밀양 세종병원에서 화재가 발생해 38명이 사망하고 151명이 부상을 입는 대형 참사가 발생했다. 화재 당시 이른 아침이라 병원에 의료진이 많지 않았으며 거동이 불편한 고령의 환자들이 많아 인명피해가 컸다. 

참사 이후 가장 아쉬웠던 부분은 불이 난 병원에 스프링클러가 없었다는 것이다. 이 병원은 건축법상 2종 근린시설이며 면적 기준으로 스프링클러 의무 설치 대상이 아니다. 지난 2014년 전남 장성 요양병원 화재 이후 소방시설법 시행령이 개정돼 새로 짓는 요양병원은 스프링클러를 설치하도록 했다. 하지만 이미 운영중인 요양병원에 대한 소급적용은 올해 6월말까지 유예한 상태였다. 사고가 난 병원은 일반 병동으로 설치 대상이 아닌데다 요양병원은 설치를 차일피일 미룬 것으로 드러났다. 스프링클러는 병원이나 요양시설처럼 거동이 불편한 노인이나 자력으로 탈출이 불가능한 환자들이 있는 공간에서 화재 초기 진화에 큰 역할을 한다. 문제는 세종병원 같은 중소병원이 전국에 산재해 있고 스프링클러 같은 기본적 안전장치도 의무 설치 대상이 아니어서 화재가 발생하면 무방비라는 것이다. 법규를 떠나서 100여명이 수용된 5층짜리 병원 건물에 스프링클러가 없었다는 사실은 상식적으로 납득이 되지 않는다. 실제 2010년 포항 노인요양센터 화재(사망 10명, 부상 17명), 2014년 장성 요양병원 화재(사망 21명, 부상 8명)때는 스프링클러가 없어 다수의 사망자가 발생한 반면 2015년 나주 요양병원 화재때는 새벽에 불이 났어도 사망자가 단 한명도 발생하지 않았다. 

논어에 '과이불개 시위과의(過而不改 是謂過矣)'라는 말이 있다. 잘못이 있어도 고치지 않으면 그것이 진짜 잘못이라는 뜻이다. 지난 제천 화재 이후 소방안전 개선책이 논의되고 일부는 법제화되기도 했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소방안전점검 강화 등 현장에서 실제적인 변화가 이뤄져야 한다. 되풀이되는 인재(人災)에 언제까지 무고한 생명들이 희생되야 하나. 언제까지 정부는 사과에 땜질식 처방만 하고 있을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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